문제의식
문제의식이란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내가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중위 시절 대대 인사장교 임무를 수행하면서부터다. 당시 대대장님은 업무를 깐깐하게 하시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셨다. 대충 넘기는 일이 없었고, 임무를 부여하면 반드시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도출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셨다. 당연히 참모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예를 들어 행군을 한다면 교차로가 몇 개인지, 해당 교차로의 통행량은 어느 정도인지, 병력이 통과하는 시간대에 다니는 차량의 종류는 대형인지 소형인지, 화물차인지 승용차인지 확인해야 했다. 행군로 중 차량이 접근 가능한 구간과 불가능한 구간을 구분하고, 만약 불가능한 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구급차(AMB)는 어디로 접근해야 하는지, 헬기 착륙 지점은 어디인지 등도 점검해야 했다. 어찌 보면 실제 행군보다 일어나지 않았지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비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했던 셈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결여된 상태로 대대장님께 보고를 들어가면 엄청난 질책을 감수해야 했다. 초급장교였던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문제점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내 30년 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대위로 진급해 전남 해안 중대장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여러 개의 소파견지를 관리하고 있었기에 수시로 순찰을 다녔지만, 함께 주둔하는 것만큼 통제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느 날 새벽, 해안경계를 담당하는 소초를 순찰했다. 부소초장과 상황병, 견시(외곽경계병) 초병이 임무 수행 중이었다. 나는 그들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던 중, 견시병의 얼굴에 작은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굴에 상처가 났구나?”
“예, 어제 소초 상황조치 훈련을 하다가 나무에 긁혔습니다.”
“저런, 조심하지 그랬냐? 치료 연고는 발랐고?”
“네, 괜찮습니다. 제 부주의로 그랬습니다.”
“그래, 치료 잘하고 다음부터는 더 조심해라.”
나는 견시병과 대화를 마친 뒤 부소초장에게 물었다.
“어제 상황조치 훈련을 했나 보구나?”
“예, 미확인 선박 발견 시 즉각조치 매뉴얼을 소초장 주관으로 숙달했습니다.”
“잘했다. 매뉴얼 좀 볼까?”
부소초장은 상황실에 비치된 즉각조치 매뉴얼 바인더를 건넸다. 이미 예전에 소초장이 보고했을 때 검토한 바 있었기에 간단히 확인만 했다.
“그래, 시간 날 때마다 반복 숙달해서 몸으로 체득화하도록 해라. 안전사고도 유의하고….”
“알겠습니다.”
나는 상황실 근무자들을 격려한 후 시설 점검에 나섰다. 취사장, 물탱크, 참호와 이동로 등 상황조치에 활용되는 시설을 확인했다. 언제나 정리정돈이 잘된 소초로 유명한 곳답게 역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나는 부소초장을 칭찬하고 다른 소초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려던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띵!’ 하는 생각이 스쳤다.
‘훈련하다가 나뭇가지에 긁혔다고 했잖아?’
나는 발길을 돌려 병력들의 훈련 이동로를 다시 점검했다. 방금 전 시설 점검 때 이동로에 나무가 없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시 확인해 보니 과연 나무는 없었다. 예전에 위험하다고 판단해 행정보급관이 다 잘라버린 기억도 났다. 나는 다시 상황실로 올라가 견시병에게 물었다.
“너 정말 나뭇가지에 긁힌 게 맞아?”
견시병은 사색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별도의 공간에서 대화를 이어가자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결국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전날 선임병들에게 얼차려를 받다가 넘어지며 얼굴을 땅에 부딪힌 것이었다. 나는 즉시 강도 높은 부대 정밀진단을 실시했고, 병영 부조리를 색출해 주동자 4명을 헌병대에 이첩했다.
만약 내가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면 그 견시병은 여전히 ‘훈련 중 나뭇가지에 긁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병영 부조리가 중대 전투력을 갉아먹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리 예방하지 못한 것은 중대장으로서 나의 잘못이지만, 현상을 문제의식으로 바라본 덕분에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나는 영관장교가 되어서도 이 문제의식을 습관처럼 활용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래서 상급 지휘관의 많은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신도 현재 임무를 부여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임무를 바라보길 바란다. ‘당연히 잘되겠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식별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창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습관화한다면, 당신은 ‘치밀하다’, ‘꼼꼼하다’, ‘분석적이다’, ‘창의적이다’, ‘신뢰가 간다’라는 평가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평가는 반드시 당신의 근무평정표에도 반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