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게 질문하는 자세
군 조직은 유독 회의가 많다. 일반적인 작전평가회의부터 중요 훈련 및 작전 계획을 위한 전술 토의까지 다양하다. 전쟁 상황을 가정하고 예측과 판단, 그리고 그에 따른 대응을 논의하는 절차를 반복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니 회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중대급, 대대급을 넘어 상급 부대까지 이런 회의체를 아주 많이 운영한다.
하지만 회의나 토의에 가면 늘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발표자가 발표를 마치고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라고 물으면, 회의장에는 적막만이 흐른다. 가끔 질문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 수는 매우 적다. 나는 체질상 이런 상황이 너무 싫다.
나는 회의에 가면 질문을 하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높은 분들이 모인 회의라도 거침없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회의 내용을 100%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를 때는 반드시 질문해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고, 발표자 역시 추가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회의와 토의의 가장 이상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질문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회의나 토의 전에 미리 지정된 의제나 회의록을 읽어봐야 한다. 물론 바쁘거나 업무 우선순위가 낮아 회의록을 읽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로서 적어도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회의록이나 의제를 한 번 읽고 고민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라고 생각한다.
회의록과 의제를 확인하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점을 파악하고 질문을 정리해 둔다. 가능하다면 질문의 근거가 될 규정, 방침, 작전 계획, 과거 사례 등을 미리 찾아두는 것이 좋다. 이런 자료들은 당신의 질문을 더욱 논리적이고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당신의 전문 지식은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다. 한마디로 똑똑해지는 것이다.
'사소한 질문을 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라고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다수의 청중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질문하는 간부가 부대 전투력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는 훌륭한 간부다. 질문하는 사람을 수준 낮게 보는 사람이 오히려 더 수준 낮은 존재라는 것을 명심하자. 자신감을 가지고 하나라도 질문하며 얻는 것이 있어야 스스로 발전하는 간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질문을 잘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앞자리에 앉기'다. 자유석인 회의장은 대부분 뒷자리부터 채워진다. 항상 "앞자리가 비었으니 앞으로 와서 앉아주십시오"라는 말이 나오지만,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나는 회의 시작 10분 전에 항상 가장 앞자리, 그중에서도 중앙에 앉는다. 이곳은 늘 비어 있어서 경쟁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내가 앞자리에 앉으면 회의 주관 부서 담당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도 한다.
앞자리에 앉는 이유는 질문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발표자가 질문을 물었을 때 앞자리 중앙에서 손을 들면 가장 눈에 잘 띈다. 따라서 질문자로 가장 먼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질문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질문이 2~3회 진행되면 내용이 유사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먼저 하는 것이 가장 명료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회식 자리에서 건배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술취한 상태로 머리를 최고 RPM을 돌려 건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바로 앞선 사람이 내가 할 건배사를 해버렸을때 그 당혹감! 다들 한번쯤 경험이 있을 것이다. )
또한, 앞자리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한 번은 중간 좌석에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일어나자 수많은 사람이 뒤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질문하기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수많은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중앙 앞자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모두 내 뒤통수만 보고 있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질문할 수 있다.
조금만 미리 준비하면 된다. 회의록 읽어보고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것이 있으면 자신있게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이 당신을 공부하게 만들고 논리적인 발표를 하도록 만들어 준다. 물론 다른 이들이 당신을 바라볼 때 '아는 것도 많고 질문도 잘하는 훌륭한 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