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단련
누구나 중요성을 알면서도 쉽게 실천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체력단련이다.
나 역시 여러 번 다짐했지만, 만족할 만큼 꾸준히 이어오지 못했다. 그러나 군인에게 체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총을 들고 달려보거나 군장을 메고 행군해보면 절실히 알게 된다. 지휘통제실에서 밤을 지새울 때, 당직근무를 마친 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뜰 때, 내 체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뼈저리게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늘 잠시, 다시 편안함을 좇는 게으름에 빠져들곤 했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한 상급자가 있다. 합참에서 함께 근무했던 과장님인데, 그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꾸준함’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체력단련을 했다. 일과 시간이 되면 누구보다 먼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같은 정해진 종목을 반드시 채웠다. 회식이 있더라도 운동을 끝내고 참석했고, 출장 중에도 잠들기 전 반드시 운동을 했다. 유일하게 건너뛰는 경우는 실상황이나 당직근무처럼 불가피할 때뿐이었다.
궁금해서 물은 적이 있다.
“과장님, 힘들지 않으십니까?”
“왜 힘들어? 넌 밥 먹는 게 힘드냐? 난 몸이 배고프면 밥을 주듯, 몸이 운동을 원하니까 해 주는 거야.”
어떤 이는 이런 태도를 ‘강박’이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군인이라면 이 정도의 강박은 오히려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전시에는 굶주림, 수면 부족, 죽음의 공포가 한꺼번에 닥친다. 그 상황을 견뎌내려면 평소 강박처럼 이어온 체력단련이야말로 마지막 버팀목이 된다.
나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 있다.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하던 무렵, 신체검사에서 간 수치가 200이 넘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술도 자주 마시지 않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결과였다. 군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자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군의관은 단호하게 말했다.
“대위님, 이렇게 살면 곧 죽습니다.”
“저는 술도 안 마시는데 왜 지방간이 생긴 겁니까?”
“운동 안 해서 그렇습니다. 오늘부터 꼭 운동을 하십시오. 정말 죽습니다.”
서른여덟에 ‘곧 죽는다’는 말을 들으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날 이후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 막혔지만, 멈추고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5개월을 이어가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기록은 느렸지만 내겐 큰 성취였다. 6개월 뒤 재검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200이 넘던 간 수치가 40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군의관은 검사지를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래 살 자신이 생겼다.
지금도 아침마다 실내 자전거에 올라 40분을 달린 뒤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밴드 운동, 팔굽혀펴기, 중량 스쿼트를 이어가고 있다. 현역 시절보다 몸무게는 5kg 빠졌고, 어깨에는 희미하게 王 자 모양이 보일 정도다. 무엇보다 습관이 되어 아침에 눈을 뜨면 저절로 자전거에 올라가게 된다.
군 생활을 돌아보면, 체력단련을 꾸준히 해온 간부들은 언제나 젊어 보였고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또한 자신감이 넘쳐 보였고, 그 때문인지 업무 능력까지 더 좋아 보이는 ‘콩깍지 효과’를 자주 느꼈다. 반대로 체력을 방치한 이들은 자기 관리에 무심한데 진급만 바라는 것처럼 보여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체력검정 시기가 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평소 단련해온 이는 자연스럽게 특급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이는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불안해하며 ‘3km 기록 줄이는 비법’ 같은 검색을 하고 있었다. 정작 그 시간에 나가서 뛰는 것이 답인데 말이다.
군인에게 체력은 전장을 견뎌내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하지만 이는 군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역 후에도, 일반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삶과 긴 인생을 누리려면 결국 꾸준한 체력단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체력은 직업을 넘어 ‘삶의 생존력’이기 때문이다.
체력단련은 귀찮고 때로는 강박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습관이 되면 오히려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단계에 이른다. 앞서 언급한 상급자 A는 장군으로 진급해서도 여전히 그 시간에 그곳에서 땀 흘리고 계신다.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군인은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삶을 오래 누리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
체력단련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습관이다.
오늘부터 그 첫걸음을 떼기 바란다. 분명 건강뿐만 아니라 업무의 성과까지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