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소에서 살아남기 (2)

~ 공황이 찾아왔어요 ~

by 대한민국 노예

해당 업계에 관심이 있다면, 이 회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이 회사는 제법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였다. 업계 특성상 회사의 수명이 길기가 어렵고, N년 이상 된 회사는 찾기가 어려웠으며, 스타트업은 많아도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업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중소로 분류되긴 하지만 해당 회사에 입사했다는 사실에 매우 보람을 크게 느꼈다.

게다가 여기는 밥이 맛있기로 아~주 유명했으며! 실제로 밥맛이 끝내줬다!

한때 기사에도 밥이 맛있기로 나온 적도 있으니, 말 다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밥이 맛있으면 뭐하나?

입사 3주 뒤, 나는 점심을 건너뛰는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다.

이유는 하단에 서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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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하고서, 내게 주어진 과제는 해당 브랜드에서 요구하는 어떤 스펙을 1주일 안에 달성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사수님의 도움과 당시 진행되고 있던 이벤트 덕분에 해당 스펙은 비교적 손쉽게 달성할 수 있었다. 첫주까지만 해도 난 주 40시간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당시 회사 상황은 바빴고, 당연히 팀원들은 내게 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입사뽕에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늘 주변인들에게 회사밥을 자랑하기에 바빴고, 팀원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애정을 얘기하기에 바빴다.


내가 얘기를 꺼내면 흔쾌히 답해주고 웃으며 반응해주는 팀원분들을 보며 말수는 다들 적으신 것 같지만 친절한 분들이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이미 내적 친밀감이 만렙을 찍은 상태였다.

여튼,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는 수습에서 정규직으로 반드시 전환되고 말리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해당 다짐은 입사 2주만에 살짝 꺾이고 만다.


- 지금... 파일 관리가 하나도 안 되고 계신다는 거네요?

- 지금 뭐하세요? 뭐하시는 거예요!!!


입사 2주차로 넘어가던 시절, 사수님께서 고함을 질렀다.

편의상 그를 '사자후 사수'라고 부르겠다.

당시 나는 다뤄본적 없는 협업툴에 적응하고 파일들을 정리하는 측면에서 매우 미숙했다.


그곳은 문서를 작성할 때 버전 태깅을 하고, 최종본을 다시 1.0으로 버전 태깅을 한 뒤 내부에 문서를 포워딩하는 형식으로 업무가 진행됐었는데, 최종본 1.0을 포워딩한다는게 그만 초기 1.0을 포워딩하고 만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는 그만 너무 당황해버려서 사수가 내 의자 뒤에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본을 보관중이던 폴더를 찾지 못하는 퍼포먼스까지 보이고 말았다.

안 그래도 격무에 시달리던 와중, 신입 인수인계까지 해야해서 스트레스가 MAX였을 것으로 추정되던 사수님께서는 고함을 내지르고 마셨다.


살면서 누군가가 내게 고함을 내지르는 경험은 제법 있었지만,

이렇게 업무공간에서 누군가에게 큰 소리로 고함을 들은 것은 처음이라 나는 그 고함소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우리는 메일을 다시 포워딩했고, 사수는 곧이어 밥 먹으러 자리를 떠났다.


혼날 일이 맞았다. 내가 메일 포워딩도 잘못 했고, 파일 관리도 잘못한 건 명확한 사실이었다.

그때는 내가 죽을 짓을 한 거라 생각하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정도의 일은 아니었더라. 적어도 고함까지의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쨋든, 그때 난 설마 사수님께서 고함을 질렀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정신승리를 해냈다.

당시 주변 팀원들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고, 회사 안은 조용했기에, 조용한 환경에서 그 소리가 유난히 내 귓가에 크게 들린 것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다른 팀에 소속되어있던 팀원분이 내게 다가왔고,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 00씨, 저 듣고 말았어요... 괜찮으세요?


그 팀은 우리 팀 건너건너 자리에 있는 팀이었다.

그곳까지 들릴 정도로 그 목소리는 큰 것이었다.

그 말에 나는 그냥 "괜찮아요, 일상입니다!"라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 일은 웃어넘길 일은 아니었다.


다음 날부터 아침에 회사를 가기 전 00 약국에 들르는 것은 내 모닝 루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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