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받은 아이들은 도서관으로 가요 ~
그런 밈이 있다.
학창시절, 상처받은 아이들은 도서관으로 향한다는 밈.
그때는 그 밈을 보고 웃기기만 했는데, 내가 밈의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다.
점심 식사 후, 내가 튀지 않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쉼을 청할 수 있는 곳은 사내 도서관뿐이었다.
- 00씨, 저희는 산책 다녀올게요~
식사를 마치고 나면, 나의 팀원들은 내게 그리 말한 뒤 어딘가로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함께 산책을 하자는 제안을 듣지 못했고, 팀원들이 먼저 그리 말하고 재빠르게 사라지는데 그들 사이에 뻔뻔하게 낄 자신감이라고는 또 없었다. 다만 원래 이런 건가 싶어서 머리만 긁으며 바보같이 "네, 넵!" 하고 회사로 돌아갈 따름이었다.
우리의 식당은 건물 외부에 있었고, 팀마다 정해진 식사 시간이 있었기에, 그렇게 머쓱하게 회사로 돌아갈 때면 이제 막 밥을 먹으러 나온 다른 팀의 사람들, 그리고 함께 회사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들은 대체로 화목해보였다. 내가 없는 내 팀도 화목해 보였다.
처음부터 산책을 내게만 권하지 않는 상황에 이상함을, 서운함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팀의 입사 동기들의 상황을 살펴봤을때 그들은 나름대로 기댈 팀원이 팀에 있었고, 식사자리를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게 신기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건지, 아니면 내 떡이 정말로 작은 건지. 다른 팀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불행은 시작되었다.
게다가, 나를 전담하고 있던 사수는 가끔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 00씨, 다른 분들과 메신저 해보셨어요?
- 네? 아니요?
- 어, 그렇구나.
사수는 그게 신기한지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그런 질문을 하는 사수님이 신기해보였다. 저 분은 입사했을 때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었단 말인가? 당시 입사 1달 되기 전의 내게는 팀 내의 누군가에게 먼저 사적인 연락이 온 적이 없었다. 연락이 오면 늘 당연히 업무 피드백이어서 나는 상시 긴장 상태였다.
나는 입사 동기는 있지만 같은 팀 내 동기는 없었다. 동기가 없어서 좋은 점은 경쟁심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내가 지켜본 바 동기가 있으면 좋은 점은 서로가 유한 사람일 경우 업무 중 막힌 부분이 있어도 그 애로사항을 서로 공유하면서 서로를 버팀목 삼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 내 버팀목은 그나마 나를 전담중인 사수님이었다.
나라고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러 주말에 생일이 있는 팀원의 생일을 기억했다가 소소한 선물을 사서 짧은 편지와 함께 전해주기도 했으며, 주말에 본가에 갔다가 선물을 사와 팀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슬프게도 선물을 나눠준 그 날이 사자후를 들은 날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대화를 하고는 했는데, 화제에 끼어들 자신은 없지만 일부러 나도 스리슬쩍 끼려고 해보기도 했다. 대화 예시를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팀원들: (대충 피부관리를 받았다는 내용~)
나: 어? 피부관리 받으셨어요! 어쩐지 피부 좋은 것 같아요~ 어디서 하셨어요?
팀원들: 아, 네 주변에서. (그렇게 대화는 일축되었고 그들은 또 그들만 아는 얘기를 둘이서 이어나갔다...)
대인관계에서 내 멘탈이 썩 강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의 몇 번의 시도는 그런식으로 무너졌고, 나는 그냥 그때부터는 '친목은 후순위로 미루고, 업무부터 잘하자.'라는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여 업무 외의 말을 아끼게 되었다.
그리고 식사 때 그들끼리만 아는 얘기를 하거나, 식사중에도 업무에 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는 등, 속이 불편해질 일들만 계속 생기자 점심시간이 내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됐다. 같이 있지만 없는 것처럼 있는 게 내 분수에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자리가 몹시 불편해졌다.
그렇다고 혼자 식사를 하자니 그건 너무 튀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식사를 같이 하자니 유일한 쉬는 시간인 이 점심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입사때 그들은 평가요소로 '어우러짐과 성장가능성'을 말했었다. 그치만 이대로는 내가 수습기간을 채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렇게 난 어우러지기를 포기하고, 일단 잠깐이라도 편한 시간을 벌고 싶어서 점심시간마다 '아침에 밥을 먹어서 배부르다, 속이 안 좋다' 등의 핑계로 점심시간을 피하게 됐다. 눈 밖에 날 행위인 것은 알았다. 하지만 식사중에도 사자후사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속이 뒤집히는데 함께 있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후 나는 도서관에서 눈물을 삼키며 뿅뿅뿅~ 쿠키런:오븐브레이크를 플레이하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재밌어서 한 건 아니었고, 생각을 비우고 싶어서 일부러 했다.
그러나 이후, 도서관을 회의실로 쓰던 팀장의 눈에 띔으로써 나는 또 휴식공간을 잃고 만다.
입사 1달이 지나고, 팀장께 면담 요청을 하고 마침내 면담을 하게 된 날, 팀장은 내게 말했다.
팀장님의 이 삽소리는 왜 나오게 된걸까?
그 이유는 다음 화, 계속!
tlqk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