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소에서 살아남기 (4)

~ 왜 팀원들과 밥을 먹지 않는 거야? ~

by 대한민국 노예

"너, 그 신입이랑 점심마다 밥 먹잖아."


그렇다. 팀장님은... 그간 나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온 것이었다.

대충, 내가 생각해본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사고패턴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의 점심시간.

나는 같은 층을 쓰고 있던 입사 동기의 자리 쪽에 갔다.

밝고 명랑한 성격의 동기는 내게 "자기야~"라고 말했고, 나 또한 그에 응해 "왜 불렀어? 자기야~"라고 했다.

그 말을 하고나서... 이상하게, 왠지 등 너머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보니 팀장이 제 자리에서 모아이 석상처럼 우뚝 서서는 이쪽을 되게 희한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이 매우 못마땅하다는듯이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질색팔색하고 있었다.


기분 탓이겠지? 생각했건만...

그날 우리의 정다운 모습을 본 팀장은 점심시간만 되면 사라지는 신입의 행보를 제멋대로 추측해버린 것이었다... 나는 다급하게 나의 식사패턴을 해명해야만 했다.


"네? 같이 밥을 먹은 건 한번밖에 없고, 회사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면 배가 불러서 점심 시간을 스킵했을 뿐입니다!"


내 해명을 듣거나 말거나, 팀장님은 계속해서 제 할 말을 이어나갔다.


"... 사람이라면 아침.점심.저녁으로 삼시세끼를 챙겨먹는게 일반적인 패턴인데, 너는 그러지 않으니까 좀... 걱정이 되네."


- 여기서 잠깐. 나의 팀장님으로 말할 것 같자면, 모든 말을 로봇처럼 하는 분이었다. 대체로 표정이 없고, 말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그가 미소를 내비치는 대상은 회사에서 최소 1년 이상 일한 동료였다. 수습기간 중 탈주하는 탈주자들이 많았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입에게는 냉소적인 사람이었다. 다만 지연주의라는 것은 있으신지, 같은 고향 출신의 신입에게는 그나마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향 얘기를 꺼내는 분이셨다.


쨋든, 저 말이 텍스트로만 보면 다정해보일 수도 있지만? 아니다... 저 말은 되게 의미심장했다. 팀장어로 번역하자면 대략 이런 뜻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 일반 사람들이 하는 패턴을 왜 따라하지 않는 거야? 그러면 업무능률도 저하되고, 팀원들과 라포형성하기도 어렵고, 비효율적이잖아.


이 말로 유추할 수밖에 없던 이유. 실제로 저 말을 하고나서, 팀장님은 내게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연설하였다... 나도 안다, 중요성. 하지만 나라고 처음부터 이랬던 것 아니었다...


입사한지 2주차때 들었던 사자후, 괴롭힘이라고 정의내리기엔 애매할만큼 본인은 그 이상으로 수습시간때 사수에게 굴려졌다던 내 사수님과의 지옥같은 야근(새벽 1시~4시), 수습기간중 발표일에 대해서 1주일 전에 전달받기(심지어 최악의 경우, 3일 뒤에 발표가 진행될뻔했다), 팀장님께 비밀이라면서 내 폴더에 넣어진 불법근태우회프로그램.


위와 같은 상황들은 끊임없이 팀에 대한 불신을 갖게 했고, 어차피 말해봤자 내 의견을 묵살될 것이고, 당연히 고자질쟁이로밖에 비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면담자리까지 어렵게 만들었는데,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이대로 마냥 폐급신입으로 인식되자니 그건 좀 슬플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남탓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피드백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소리가 살짝 컸습니다. 그래서 좀 많이 놀랐던 것 같습니다. 제 잘못이었지만 그렇다보니 저도 모르게 살짝 자리를 피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살짝은 무슨. 툭하면 시키는 야근과 은근한 압박, 한번 알려준것을 틀리면 바로 땅끝까지 뚫고 들어갈것처럼 한숨을 내쉬며 나를 갈아마시지 못해 안달이난듯한 사자후 사수의 표정과 말투, 그 모든게 지속돼서 상황이 이렇게 된 거였지만... 나의 말을 듣고 팀장은 퉁명스레 답했다.


"음... 멘탈이 약한 것 같다. 겨우 피드백에 그런다면, 멘탈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데."


위로를 바란 게 아니었다...

다만 대충 오해가 풀리길 바랄 뿐이었고, '그랬군'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저 모양이었다.


아, tlqkf!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하는 말.


"업무가... 많이 느린 것 같다. 어때? 업무가 적성에 맞아?"


... 인수인계를 밤 10시 넘어서 시키고, 너는 퇴근하고, 새벽 2시에는 200항이 넘는 엑셀 영문-한문 검수 및 피드백 같은 미친 짓을 하고 있는데 속도가 나겠니...?


아, 미리 저 팀장님의 발언에 반박을 하자면, 내 사수는 내게 "이전에 일했던 수습들중 노력으로는 1등, 실력으로는 2등"이라고 했다.


그리고 변명을 하자면... 새벽 1시, 새벽 2시, 새벽 4시 퇴근 같은 미친 짓을 1주일동안 반복하고 밤 12시 퇴근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사람이 진짜로... 머리가 안 돌아가고, 실수가 잦아진다. 내 직무는 주 52시간제도 지켜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면전에 대고 느려, 멘탈이 약해, 적성에 맞니, 와 같은 삽소리나 듣던 나로서는 이 말을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었다. 난 마침내 참다참다가 눈물 한 방울 똑 흘리며 팀장님께 말했다.


"... 그러면, 그만두겠습니다."


내 말에 팀장님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너 오늘 상태 안 좋은 것 같다. 집에 가서 일단 쉬어라. 다른 애들에게는 내가 말해둘게."


- 그날, 나는 입사 1주차 이후 처음으로 정시퇴근을 할 수 있었다.

images.jfif



keyword
작가의 이전글ㅈ소에서 살아남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