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에 올 때는

(한숨) (한숨) (한숨)

by 대한민국 노예

잡념이 가득할 때~!

이 생각 저 생각 들고 답답할 때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특히 회사를 나오고 대학원으로 온 게 맞는 선택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면 뭐라도 쓰고 싶어진다.

안 그러면 이 저주스러운 상념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나는 나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걷어찬 게 아닐지, 쩝!


그래도, 대학원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내가 배울 게 참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 때다...

분명 배웠던 것들인데 왜 이렇게 기억이 안 날까?

당연히 답할 수 있을 질문에 머쓱하게 뒷골이나 긁는 내가 민망하다.


내가 느끼는 내 문제점들...

완전하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 머릿속에 암기되질 않는 것 같다.


대학교 입시 때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같은 철학 관련 과목들을 참 쉽게 암기하고, 이해했는데(헤겔은 제외하겠다.) 음... 통계분석을 돌릴 때 그냥 습관처럼 크론바흐 알파가 0.6 값 이상이어야 한다거나, p값이 0.05 이하여야 유의하다고 간주한다거나... 그런 기초적 사실들을 암기하고 있을 뿐, 왜 그런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설명은 못할 것 같다. 풀이과정 없는 단순 암기식 해결방법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무작정 암기하기 방식의 폐해는 이전 회사에서 절감해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다음 회사를 가게 된다면,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글쎄... 난 언제쯤 빈틈이 없어질까;


빈틈 없고 싶고, 논리적이고 개연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수학이나, 통계 같은 건 정답이 명확하게 존재하다보니 피론주의적 사고가 일절 먹히지 않고, 답이 있어서 좋다가도 그 답에 대한 풀이과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 자괴감이 든다.


정말... 사는 게 적성에 맞질 않는다!

걱정과 불안은 가득하고, 기쁘게 마음 편히 있을 시간은 흔치 않다.

타지살이는 외롭지 않다고 우기지만, 사실 이따금씩 고독해진다.

고독이 달가울 때도 있지만, 그게 고립감으로 연결될 때면 한없이 외로워지는 것이다...


내 본가는 이곳이 아니라 가족과 식사를 한다는 게 불가능한데,

당연하게도 가족과 식사를 하러가는 사람들을 보면 살짝 부럽기도 하다.

물리적 거리상의 이유도 있지만, 집의 내부 사정도 있다보니 내 마음속에서 집을 제법 없앴기에...


집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정확히는, 집이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집이 있지만 집이 없는 것 같은 박리감이 날 박탈감 들게 한다.

실향민 같다고 해야 하나? 내 마음 속엔 언제부터 집이 없더라...


집에 가끔 가긴 한다.

그런데 내 집은 툭하면 태풍이 부는 집이라서 순풍 부는 날을 찾기가 어렵다.

내 마음 속 워더링 하이츠라고 해야 하나...

캐서린의 삐뚤어진 오라버니가 우리 집에 있어서, 숨 쉬기가 쉽지 않다.

분노하면 눈깔 돌아가는게 헤어튼 같기도 하고.


그리고 히스클리프 같은 아버지가 있다고나 할까?

내가 원한건 린튼 같은 아버지였건만, 나도 썩 좋은 놈은 아니니 할 말이 없다.


그럼 우리 엄마는 뭐려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친구나 다름없던 넬리?

아니, 우리 엄마는 캐서린과 넬리를 합쳐놓은 것 같다.


딱히 소설 속에서 나로 표상될 수 있는 인물은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캐서린의 괴팍함과 제멋대로인 부분을 닮았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이자벨라의 천진함? 순진함?은 좀 닮은 것 같다.

포지션은... 히스클리프를 만나지 않은 캐서린이려나?

적어도 내겐 히스클리프처럼 강하게 애증하는 이성친구는 없다.

동성친구들끼리는 줄곧 애증하고, 지겹게 마음 속 거리두기를 한다만.


... 에휴 이제 할 일 하러 가야지.

이번 주는 내게 죽음의 주간이다.

할 일이 미어터지고, 하나같이 중요한 것들이라서 대강 넘겨서는 안 된다.

금요일까지는 매일매일 하루도 쉼없이 일정이 빼곡하게 박혀있다.

봐야할 시험도 많고, 제출해야할 과제도 많고, 진행해야할 프로젝트도 있고, 세미나도 있고.

으악. 얘네 때문에 살 맛이 안 나나봐...


-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얘네 덕분에 산다.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건 '편하다'고 착각할 수는 있는데, 외려 날 불안하게 만들더라.

다음 날 자괴하게 되고, 자괴의 고리를 끊어낼 수도 없고...


그리고, 할 일이 있으면 집 밖으로 나올 수가 있다.

집 안에 있는게 축복인 건 아는데, 한번 집 안에 있기 시작하면 못 나가겠는 고질병이 있다.

자꾸 몸이 집 안에 은둔하려고 한다. 집에 있어봤자 정신상태만 나빠지는데.


언젠가는 내가 나를 좀 더 조절할 수 있겠지, 뭐.


+ 오늘 친한 대학원 쌤께 들은 질문


"쌤, 대학원이 나아요, 회사가 나아요?"

"글쎄요. 입사 2주차에 사자후를 내지르는 사수님이 없다는 점에서는 대학원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내고 다녀야한다는 점에서 회사가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아, 우열을 못 가리겠네요."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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