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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인 Apr 01. 2023

인간의 혐오의 역사는 영원할 것이다.

영화 <엘리펀트 맨>(1980) 간단 리뷰

[영화 엘리펀트 맨 정보]


 못생긴 외모로 놀림을 주는 걸 넘어서 혐오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일수록 지켜줘야 하지만 세상은 그러지 못한다. 오히려 그런 사람을 괴롭히고 고통을 주려고만 한다. 못 된 사람들 속 한 의사는 그를 돌봐 주려고 한다. 물론, 의사는 괜찮았겠지만 의사가 속한 병원에 다른 구성원들은 역시 그를 불편해하고 혐오를 한다. 하지만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점차 그를 향한 시선이 변해 갔다. 그의 순수한 내면을 알게 됐을 때 더 이상 그를 혐오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내면을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즉, 소외된 이에 대한 인간의 혐오는 영원할 것이다.






<엘리펀트 맨>(1980) 스틸컷


 이야기는 단순하다. 의사인 프레드릭이 서커스 단에서 괴상한 얼굴 형태를 가진 존 메릭을 보게 된다. 생김새 때문에 서커스 단에서도 괴물로 취급을 받고 있고, 서커스 단장은 그걸 통해 돈을 벌고 있었다. 프레드릭은 불쌍한 존을 자신의 병원에 데리고 왔고 그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물론, 병원에 있는 구성원들도 처음에 거부감을 느끼고 그를 혐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졌고, 알고 보니 존은 내면이 순수하고 성경과 문학에 대한 지식이 있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서커스 단장은 여전히 존을 이용해 돈을 벌기 원했고, 그를 납치해 다시 수치스러운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이를 안 프레드릭은 존을 찾으러 갔고, 그를 다시 병원으로 옮기며 따뜻한 관심을 주며 계속 병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마음이 놓이고 이제 이곳에서만큼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존은 드디어 편안하게 잠을 이루며 영화는 끝난다.



 희귀병으로 기형적인 외모를 갖게 된 존의 고통은 누구도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 그를 학대했던 서커스 단장과 그를 혐오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가늠할 수 없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존에게 해당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프레드릭은 은인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프레드릭은 다른 이들과 달랐고, 의사의 사명대로 그를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역시 프레드릭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그를 향한 시선은 혐오뿐이었다.



 그럼에도 존을 위해 프레드릭은 혐오의 시선을 바꾸려고 했다. 그도 사람이고, 생각할 수 있고, 지식이 있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던 것이다. 존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문학의 내용과 성경 구절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었다. 프레드릭은 깜짝 놀라지만 이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존을 도와준 프레드릭마저도 그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보지를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후, 존을 프레드릭에 넘기고 사정이 안 좋아진 서커스 단장이 다시 존을 납치해 수치스러운 괴물로 만들어 버리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혐오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이전의 그였으면 어쩔 수 없이 수긍하며 고통을 받았겠지만 달라진 그는 그들에게 당당히 외쳤다. "나는 이제 코끼리가 아니라고!"(존의 모습이 왜 그러냐는 질문에 서커스 단장이 그는 어릴 때 코끼리한테 밟혀서 모습이 저렇게 됐고, 그다음부터 그를 '엘리펀트 맨'이라고 부르기로 했었다) 그리고 "나는 인간이라고!"라고 외쳤다. 존도 더 이상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결국, 다시 존은 프레드릭 폼으로 돌아갔고, 이제 병원에서 평생 살 수 있게 되며 인간으로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불편한 건 병원에서밖에 그를 인간으로 보는 거이기 때문이다. 병원 밖에 나가는 순간 다시 그는 '엘리펀트 맨'이라고 불려질 것이며, 아니면 괴물로 불려지며 혐오를 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분노와 함께 마음이 아프다.



 참고로, 영화에 나오는 존은 실존 인물이었다. 그는 실제로도 희귀병으로 기형적인 외모를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불행한 삶을 살다가 27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살아생전 그는 '엘리펀트 맨'이라는 칭호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영화에 나온 내용처럼 쇼맨으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는 아는 사람은 알 듯이 영화들이 매우 난해하고 기괴하다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인랜드 엠파이어>(2007),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트윈 픽스>(1995), <광란의 사랑>(1991) 등 영화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이지만 이번 <엘리펀트 맨>(1980)은 이 감독 영화 중 가장 이해하기 쉽고 난해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별점 :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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