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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딜라 Mar 27. 2024

걸어 다니는 고깃덩어리

예니의 반응

나는 요 며칠 친구들에게 '삶이 뭐라고 생각하니?'라고 묻는 재미에 푹 빠졌다. 중국어 교사로 은퇴한 예니와 심도 있는 대화가 오고 갔다.


"시간과 에너지의 합을 삶으로 표현하기는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은걸!"


"왜?"


"너가 식물인간이라고 가정해 보자. 너의 삶에도 시간이 가고, 소화기관이 움직여 에너지를 사용하지. 그런데 그것도 삶이잖아... 行尸走肉 xíng shī zǒu ròu [걸어 다니는 고깃덩어리]라는 말이 있어. 난 삶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아!"


요즘 들어 영향력 있는 과학자들이 유투버로 활발한 활동들을 한다. 또 과학적으로 ‘우리 삶의 의미는 없다고 밝혀졌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허전함을 어떻게 극복하셨냐며 서로 허전함 극복비결을 나눈다. 이상하게도 기운이 빠진다. 과학이 불변의 진리인가? 과학은 진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과학은 발전한다. 발전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나 개념이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고 성장하며 향상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변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인데 오류도 존재하겠지! 그럼 과학자가 밝혀졌다고 말하면 서둘러 나의 생각을 그것에 끼워 맞춰야 하나?


‘글쎄, 관건은 내가 그들이 말하는 삶의 정의를 만족하는 가 아니겠어!’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개 한 마리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말레이시아 페낭 곳곳에는 주인 없는 들개들이 많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피부가 건강하고 매끄러운 아이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명랑하고 해맑은 들개들은 더더욱 보기 힘들다. 이렇게 누워있는 아이들이 많다.  


오늘따라 이 아이가 궁금해 다가가 앉았다. 반응 없음. 소리 내어 불러봤다. 눈만 껌뻑하며 움직이질 않는다.



行尸走肉 행사주육 : 比喻庸碌无能,没有理想,无所作为的人。 무능하며, 이상이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산 송장 같은 사람을 비유하는 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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