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는 여정이 뒤늦게 해외로 취업을 나간걸 건너 들어 알고 있었다. 교양 체욱시간을 그리도 싫어하던 여정이 어쩌다 다이빙 강사가 되었고 그것도 늦은 나이에 해외로 나가게 됐는지는 그녀도 자세히는 모른다. 그런 여정으로부터 dm이 날아왔다. 은희라는 이름이 워낙 흔해 찾기가 어려웠을텐데도 그녀는 결국 찾아낸 것이다 . 둘은 대학때 늘 일정거리를 두면서도 친하다면 친한 , 뭐 그런류의 관계였다. 해서 여정이 이모티콘 여러개를 날려가며 보내온 dm을 보았을때 은희는 조금은 거부감이 일기도 하였다.
"야, 우리 얼마만이냐"라며 까페에 마주 앉자마자 여정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더니 "여기 담배 되나?"하고는 두리번거린다.
"요즘 실내는 다 금연이야. 얘는"이라면 은희가 말하자 "아, 갑갑해"라며 여정은 반쯤 꺼냈던 담배를 다시 집어넣는다.
"어쩌다 수영하게 됐어? 것도 다이빙을?"하자 "말하자면 길어...나한테 수영배워라"하면서 여정이 살짝 웃는다. 그러고보니, 그녀가 대학때 꽤나 미인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자그맣고 갸름한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살짝 파이는 보조개. 해서 여정의 주위에는 늘 남자들이 들끓었던 생각도 났다.
"결혼은 했구?"라고 하자 여정은 "두번...다 그만뒀지 뭐 "라며 두번의 이혼을 에둘러 말한다.
그럼 애두 있을수 있는데....은희는 생각하다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해서 더는 묻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는 남은 시간, 둘은 까페를 나와 여정의 바람대로 대학로 근처 모교교정을 한바퀴 돌고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는 헤어졌다.
그리고는 은희는 처음 해보는 의류며 잡다한 생활용품을 파는 전자상거래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여정으로부터 자기가 이번에 귀국해서 어린이 수영교실을 오픈하는데 투자를 하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생계때문에 시작한 온라인가게를 꾸리기에도 벅찼고 거기서 나오는 수입이란게 겨우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 정도라 은희는 정중히 거절을 하였다.
"하긴, 옷팔아서 무슨 돈이 남겠니"라며 여정은 더 이상 청을 해오지 않았다.
그리고는 한달후, 여정은 수영교실을 열었으니 한번 와보라는 전화를 해왔다. 돈이 있으면서 내지는 융통할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서 왜 하필 자기한테 그런 얘기를 했던걸까, 은희는 조금은 기분이 상하지만 더이상 채근하지 않았으므로 그일은 거기서 접기로 하고 오전 11시에 거래처에 발주를 넣고 자신의 차를 급히 몰아 여정이 수영교실을 냈다는 삼양동으로 향한다. 대단지 아파트 근처라 망하진 않겠다...
그렇게 다시 마주하자 여정은 "넌 결혼 안해? 너도 갔다온거야?"라며 짓궂게 웃으며 물어본다 은희는 이혼녀는 아니었다. 그러나 부부처럼 살다시피 한 남자가 있었다. 동거를 1년 넘게 했던 그가 어느날 다른 사람이 생겼노라며 홀연히 집을 나간 뒤 그가 빠뜨리고 간 그의 담배 파이프를 물끄러미 보다가 흑흑 울던 기억이 났다. 그는 어느날 문득 담배 파이프를 사달라고 졸랐다. 그래봐야, 1,2만원대라 은희는 그자리에서 곧바로 온라인 주문을 해주었다. 왜 갑자기 레트로? 했더니 뽀대나잖아,라고 대답을 했다.
그 이야기까지 여정에게 할만큼 친하지도 않고 해서 은희는 그냥 '아직'이라고먄 답을 한다.
"우리 성인 취미반도 열거야. 너 , 나한테 수영배워라. 할줄 알어?"라고 그녀가 물어온다.
물자체를 무서워하는 지라 남들은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좋아라 환호성을 질러대도 은희는 그 거대한 검푸름이 무섭기만 하였다.
"봐서..."라며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그러다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받은 은희가 혈압, 당뇨, 고지방 모두 경계 수치가 나왔다며 운동을 권유받게 되었고 '그중에서 수영이 제일 좋다'라는 이야기를 주치의에게 듣고는 '그럼 여정이한테 가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여정에게 연락을 해서 할인받아 일반 회원의 60%만 내고 등록을 하게 되었다. 여정의 말에 의하면 어린이반은 젊은 강사가 맡는다며 자신이 성인반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따로 직원을 둘 정도면 왜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을까, 그게 다시 의아하다. 그러자 여정은 자랑하듯 두번째 남편이 홍콩 사업인이었고 벌이가 꽤 괜찮았다는 말을 해댄다. 은희는 여정의 속내를 알수가 없다. 그말인즉슨 위자료나 재산분할 명목으로 받은 돈이 어느정도 있음에도 자신에게 돈을 요구했다는것이고 그건 여정 본인의 돈은 쓰지않으려고 했다는 얘기다. 은희는 괜히 등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은희는 새벽 성인반에 나가 여정의 지도하에 잠수부터 배운다. 처음엔 다 물먹는거라면서 여정은 봐주는거 없이 그녀를 물속에 처박곤 했다.
"야 살살해...코에 물 다 들어갔잖아"라고 하면 여정은 깔깔 웃으며 "그럼 손도 안대고 코 풀려고 했니"라고 하였다.
은희는 운동신경이 그닥 무딘편이 아니어서 제법 빠르게 진도를 뺐고 그렇게 잠수를 비롯한 기본기를 익힌뒤 자유형에 들어갔다. 자유형 동작을 처음 배우고 풀에서 나오는데 여정이 "우리 점심 같이 할까?"라며 제안을 해왔다.
"성규? ...아, 걔, 체육과 애"라고 은희가 대답을 하자 순간 여정의 눈빛이 반짝인다. 그러더니 "지금도 연락해?"라며 조심스레 물어온다.
"아니...학교때 몇번 만나서 술먹은게 다지..지금 우리가 마흔이니까..몇년이니 그게"라고 은희가 대답을 하자, 여정은 남은 파스타를 뒤적뒤적한다.
그렇게 헤어져 집에 온 은희는 남는 시간에 '이성규'로 sns를 뒤져보기로 한다. 그저 '썸'을 좀 타다 만 사이라 깊은 사연은 없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잘해준 남자이기에 지금까지 싱글이라면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아주 없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성규'라는 이름 역시 흔하다면 흔해서 한참을 찾다가 포기할 무렵 영문으로 그 이름이 떠있어 한번 클릭하고 신상정보를 보니 그가 맞았다. sns에서 다시 만난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면서 은희는 곧바로 dm을 보내 자신을 기억하냐고 물어왔다. 그러자 그날밤 성규로부터 역시 dm이 날아와 둘은 곧바로 전화통화를 하였다. 성규는 현재 쌍둥이 아빠로 잘 지내고 있었다. 괜한 오지랖을 부렸나,하면서도 은희는 살갑게 자신을 반겨주는 옛동창이 있다는게 고맙고 신기하였다.
그주말 오랜만에 성규와 마주한 은희는 그에게 슬쩍 여정을 언급한다.
"너, 우리 학과 여정이라고 기억나니? 왜, 예쁘고 키도 크고"라고 하자
"우리과에도 걔 좋아한 애 많아.."라는데 그가 좀 복잡한 얼굴이 된다.
"왜?"라고 은히가 묻자,
"이런말 뭐하지만, 거의 20년전 얘기지만, 걔좀그랬어"라며 성규는 더이상 말하기 싫어하는 눈치다. 은희는 성규가 자신을 만나는 동안 여정과 모종의 일이 있었다고 느끼지만 그렇다 해도 그게 얼마전 일인가,하고 덮으려는데,
"걔, 나한테 좀 끈질겼어. 너하고의 관계를 모르는것도 아니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랬구나..라는 생각에 은희는 여정의 이야기는 더이상 하지 않기로 하고 성규의 쌍둥이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성규는 자기도 결혼이 좀 늦은 케이스라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여간 이쁘고 귀여운게 아니라면서서 얼굴이 환해진다.
다음날 은희는 조금은 찜찜했지만 어차피 돈도 냈고 오래전에 성규를 좀 쫓아다닌게 뭐 대수랴 싶어 시간에 맞춰 여정의 강습소로 향한다. 그날따라 비가 오려는지 날이 후덥덥하고 기분이 별로 좋지를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풀 밖에는 미리와서 몸을 풀고 있는 여정이 보인다.
"미안 늦었어"라며 급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빠르게 다가오는 은희를 여정이 섬뜩하게 쳐다본다. 전에 없던 눈빛이라 그녀는 움찔한다.
"얼른 하자"라며 여정이 예의 다이빙 실력을 발휘해 멋지게 입수를 한다. 그 모습이 마치 한마리 인어같다고 은희는 생각한다. 그리고는 여정처럼은 아니어도 비슷하게 흉내를 내면서 은희도 물에 뛰어든다. 그렇게 서툴지만 앞으로 나아가기는 하는 자유형으로 그녀가 꽤 수심이 깊은곳까지 왔을때 옆에서 은희를 잡아주던 여정의 손이 떨어져나갔고 당황한 은희는 발버둥치며 물 깊이 가라앉았다. 순간 은희가 본 물밖 여정은 옅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여정아...여정..."하다 은희는 의식을 잃고 만다.
병원 응급실에서 은희가 눈을 떴을때는 잔뜩 걱정스런 얼굴로 여정이 곁을 지키고 있다.
"야, 너 수영오지마 . 그리고 정밀검사좀 받아보고"라며 물한컵을 내민다
마지못해 그걸 받는 은희의 손이 수전증 환자처럼 덜덜 떨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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