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웨딩

by 박순영

도연은 이 결혼식에 정말 가기가 싫다. 동창들 중 제일먼저 결혼 테잎을 끊은 자신이 간 지 1년만에 이혼하고 본가로 들어온걸 알만한 동창들은 다 알고 있는터라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순간 그들 마음에 일 그 숙덕거림이 정말 싫었다. 그냥 안맞아서,라고만 했지, 신혼여행때부터 보인 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이혼한걸 그들은 알지를 못한다.

그래도 자신이 받은 축의금도 돌려줘야 하고 해서 마지못해 식에 가기로한다. 물론, 입금만 해도 되지만 그랬다가는 뒷말이 무성할거 같아. 차라리 얼굴 도장을 찍고 오는게 속이 편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렇게 그녀는 결혼식 1시간 전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


그렇게 식장에 도착한 그녀는 일단 축의금을 내고 으레 하듯이 신부대기실로 향한다. 지금쯤 하객들에 둘러쌍여 함박 웃음을 지으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을 그녀 해은에게 얼굴도장만 찍고 올 참이었다 그래도 해은은 이뻐도 너무 이뻤다.

대학때도 과에서 단연 탑의 미모를 자랑했던 해은이 신부드레스에 티아라까지 머리에 앉으니 더할나위없이 아름답고 우아하였다.

"축하해"라며 도연이 신부대기실로 들어서자 해은이 살짝 눈을 흘기더니 이내 미소를 짓는다. 이혼후 뒷말 나오는걸 꺼려 동창회에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탓이리라...기집애..하며 해은이 도연의 손을 살짝 잡는다.. 그렇게 둘은 터지는 사진기사의 플세례를 받고서야 헤어진다.


그렇게 신부대기실에서 나와 곧바로 홀을 걸어나오는데 "도연아!"라고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도연은 그대로 귀가 할 생각이었으므로 약간 짜증이 일었다. 하지만 그 표정으로는 차마 돌아볼수가 없어 가식적이나 미소를 띄고 뒤를 돌아다보니 재훈이었다. 재수끝에 들어와서 동기들보다 한살 많았던. 재훈은 재학때 a대 여학생과 결혼을 해 아이까지 얻었다. 그래서 그걸로 무척 놀려먹었던 생각도 나고 해서,도연은 깡총깡총 뛰듯이 그에게로 달려가 허그를 한다.

"야, 오바하지마"라면서도 재훈은 그런 그녀가 싫지 않은 눈치다.

"이따 끝나고 우리 뒷풀이 하는거 알지?"라는 말에 도연은 짜증이 밀려온다. 이제 본식은 물론 피로연에 이어 동문들 뒷풀이까지 코가 꿰어버렸으니...

"나 오늘 스케줄,"까지 말햇을때 재훈이 말을 자른다. "예외없음".



부친의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하는 해은의 배가 살짝 불러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그걸 가리기 위해 가슴 윗쪽에 셔링처리한 곧바로 떨어지는 라인의 드레스를 입었지만 그래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듯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여기저기서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중 "결혼하면 된거지"라는 말이 들려오기도 한다.

도연은 동창중 제일 늦게 시집을 가는만큼 깐깐하게 상대를 고른 느낌을 주었다. 상대는 로펌소속 변호사라고 하였고 180쯤 돼보이는 큰 키에 마른 체격에 금테 안경을 써서 '창백한 인텔리'느낌을 물씬 풍겼다.

요즘은 주례를 생략하는 추세라는데도 주례를 맡은 대학의 은사인 나이 지긋해보이는 그 노인은 끝이 나지 않을거 같은 주례사를 읊어댔고 하객들은 슬슬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피로연 뷔페에 늦게 가는 날에는 먹을게 없다는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은과 사진 한컷만 찍고 오기로 하였던 도연은 그날 본식에 이어 피로연, 그리고 재훈이 말한 동창들 뒷풀이까지 끌려다니고는 자정이 다 돼 택시에 올랐다. 재훈이 대리기사를 불렀다며 같이 가자는 걸 그녀가 애써 뿌리쳤다. 그렇게 헤어지는데 재훈이 "너, 내가 사람 시켜주랴?"라고 슬쩍 의향을 떠본다.

"혼자 산다 나"하고는 콜한 택시가 저만치 다가오자 도연은 살짝 손을 흔들어보이고 택시에 오른다.


그렇게 그녀가 잔뜩 지친 몸으로 택시에 오르자 차 안 난방이 그녀를 나른하게 만들고 이내 잠에 빠뜨린다.

그리고 눈을 떴을땐, 어느 외곽의 폐가 근처였다. 택시 기사는 저만치서 등을 보이고 오줌을 누고 있다. 도연은 얼른 상황파악이 안돼 어리둥절해하다 기사가 소변누기를 멈추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가이 뒤늦게 들어죽어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야!"하고 부르며 기사가 따라 오는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넘어지면서, 신발이 벗겨지면서도 쉬지 않고 계속 달려 결국 큰길에 다다랐고 마침 오는 트럭을 세워 냅다 올라탔다. 그러자 그녀를 뒤쫓던 기사가 땅에 침을 퉤뱉어대는게 보였고, 그녀를 태운 트럭기사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잠시 혼란스러워하더니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밤에 여자 혼자 택시 타는게 어딨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택시...탄건 어떻게 알았어요?"라고 도연이 묻자. "아까 쫗아오던 남자가 기사옷을 입고 있어서.."라며 그가 말끝을 흐렸다. 하긴, 밤에 노란 유니폼이면 눈에도 잘 띄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추우면 난방하구요"라며 남자가 말을 한다.

"딱 좋아요. 아까도 난방때문에..."하는데 재채기가 튀어나온다..

"어디세요 댁이?" 그가 난방을 틀며 묻는다.

"'아뇨...택시타면 돼요. 저기 앞에 세워주심"하고 그녀가 말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가 미덥지 못한지 그녀의 집이 있는 신림동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의 옆모슴을 물끄러미 보던 도연의 표정이 순간 놀람으로 급변한다. 그리고는, "너, 윤우 아냐"라며 그녀가 상기돼서 묻는다.

"어? 맞는데..." 하던 윤우가 "너, 도연이구나"라거 한다.

그렇게 기묘하게 어릴적 동네 친구를 만났다는게 너무나 신기하고 묘했다. 그리고는 거의 동시에 "이게 얼마마이냐"라며 반가워했다.

동네 친구인만큼 서로의 부모며 서로의 형편, 가족관게도 훤히 꿰고 있어 둘의 이야기는 타임머신을 타고 마구마구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다 둘다 이혼했음을 알고는 , 이번에도 거의 동시에 "넌 왜"라고 서로에게 묻고는 깔깔 웃는다.

"이놈이 허구한날 패는거야. 연애땐 한번도 안 그랬는데"라고 도연이 대답하자

"이 여자, 알고보니 남자가 있는데 나한테 와서도 녀석을 계속 만났드라구..."라면서 윤우는 자신의 이혼사유를 밝힌다.

"넌 어쩌다 트럭 몰게 됐어?"

"응...작게 사업했는데 망했다"라고 윤우가 한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차 세우고 밤새 하는 해장국집이라도 갈까?"하고 도연이 조심스레 운을 떼자 "좋지"라고 그가 답한다.



도연의 재혼에까지 축의금을 내느냐마냐로 동창들은 부지런시 멧시지며 전화를 걸어대고 난리다.. 그러다, 재혼인만큼, 서로 조금씩 갹출해서 선물을 사주기로 합의를 보았고 총대를 멘건 지난번 결혼한 해은이었다 해은은 결혼 한달만에 파경을 맞았고 그와 함께 뱃속의 아이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뒤였다.

신부 대기실에서 연신 웃고 있는 도연에게 그녀들이 달려들어 다음에 또 시집가면 그땐 축의금이고 선물동 없다는 협박을 해댄다. 알았어 알았어....

그러는데 신랑 윤우가 슬쩍 신부 대기실 안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그걸 본 도연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자 그녀들도 덩달아 "오세요 신랑님!"하며 요란하게 윤우를 재촉한다.

그러자 멋적어하며 윤우가 신부 바로 뒤에 가서 선다. 그러자 양옆으로 그녀들이 팔짱을 끼어온다.

"그 남자 내거야"라며 도연이 그녀들에게 눈을 흘기자 그녀들은 팔짱 낀 손을 슬쩍 거둔다.

그리고는 사진사의 플래시는 계속해서 터져간다...


둘의 예식이 끝나갈 무렵, 하객속에 섞여있던 한 여자가 울며 뛰쳐나가는게 신랑신부의 눈에 잡힌다.

"아는 사람이야?"라고 도연이 묻자 윤우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전처"라며 그가 흡, 하고 숨을 들이마신다.

그렇게 둘이 행진을 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플레쉬가 터지고 폭죽이 터지며 둘의 행복을 빌어주었지만 도연은 ,결혼을 한번 더 할거 같다는 예감이 든다. 윤우가 조금전 뛰쳐나간 전처 '그녀'를 계속 눈으로 좇는걸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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