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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귀요미의 반란

by 박순영

요즘 내 컴퓨터의 반항이 심상치가 않다.

지 마음대로 정상종료를 거부하고 업데이트에 들어가거나

정상으로 업뎃을 하고 나서도 시치미 뚝 떼고

'정상진행 안됐다'고 띄우고.

그러고보니 이 녀석도 내년이면 수명이 다한다.


요즘 컴이나 폰 주기가 4년이라고 한다.

젊고 주머니 사정이 좋은 친구들은 거의 1년이나 반년만에 바꾼다지만

나는 돈보다도 기계가 바뀌는데서 오는 버벅거림, 낯섦, 두려움이 더 걱정이다.


비록 키보드 글자가 지워지고, 요즘 출시되는 노트북에 비하면 헤비해도 난 이녀석이 좋다.

자신을 옭죄고 갉아먹는걸 알면서도 마구마구 끌려드는 눈먼사랑처럼....


어제 한시간 정도 정전이 되었을때 비로소 전기의 소중함을 알았듯이

비록 말썽장이가 되었어도 문서창을 띄워주고 브런치하라고 와이파이 잡아주는 이녀석과

가능하면 오래 가고싶다.

그만큼 이녀석을 통해 많은 소통과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 치부를 글로 드러냈는가 하면, 가망없는 사랑을 상상속에서 실현시켜보기도 했고 , 그리고 자뻑도 곧잘 했고...

그러다보니 지금은 이 방에 안 들어오는 한 구독자가 떠오른다. 그분이 언젠가 '작가님은 내가 뭐라고 해도 하고 싶은대로 하고 쓰고싶은거 쓸거죠?'하고는 자취를 감추었다. ..


다시 컴 얘기로 돌아가,출판을 하려면 어차피 컴의 기본은 익혀야 하니, 이 겨울, 딴짓하지 말고 (특히 되도 않는 연애)컴공부나 해야겠다.그리고 다양한 글을 섭렵하고...


오늘밤에는 동파 예방을 위해 잊지말고 수도를 틀어놓고 자라는 방송이 나온다. 까먹기 전에 해야겠다.

그리고 어제까지 여름이다가 오늘 갑자기 이래도 되는건지...

이젠 나도 혹한, 혹서를 다 같이 염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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