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연하? 한자에 워낙 무지한 나라서 제목도 확싫히 모르면서 누군가 이 영화를 언급하면 마치 보기라도 한것처럼 맞장구를 치며. 아, 그렇지,라고 사기를 치곤 하였다.
'가장 찬란아고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이라고 돼있다.
우리 생의 이런 시기는 언제일까? 누군가에는 어린시절, 유복하면서 주위에 친구도 많았던 시기를 말할수도 있을테고 또 누군가는 청춘기에 접어든 스무살을 떠올릴수도 있을것이다. 대학에 갓 입학하거나 막 사회로 나와 서툴지만 세상과 타인을 배워가던.
내게는 그렇다면 언제가 화양연화였을까?
곰곰 생각해보면 지금이 그렇지 않은가 한다. 비록 돈은 없고 얼굴에 주름이며 잡티는 늘어나도 그래도 많은 부분을 내려놓은 지금인거 같다.
싸구려지만 널따랗고 푹신한 침대에서 8시간 이상을 잘수 있는 자유, 그리고 늘어지게 기지캐를 키면서 일어나 인스턴트 육개장이나 된장을 덥혀 반쯤 감긴 눈으로 아침을 먹는 자유, 그리고는 컴을 열어 시시콜콜 글을 써내려가는 재미와 즐거움, 이런것이 어릴때는 되지 않았고 생각도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내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추워추워 하면서도 목도리 두르고 패딩 껴입고 겨울거리를 종종걸음으로 걸을때의 아직은 건강한 내 육체에 대한 자부심과 고마움, 그리고는 언몸을 들일때 너무나 고마운 내 집...
다행이다. 나이들어가는걸 탄식할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걸 보면...
풍족하지 못하다는거 외에는 다 넉넉하기에.
누구는 나이들어가면서 '무소유'의 중요성을 느끼고 실천한다지만 욕심이 많은 나는
다이땡에 가면 인형 하나라도 더 집어오고 싶고 마트에 가면 아직 있는데도 귤을 또 사고 싶다.
하지만 이 정도의 사치는 봐줄만하지 않은가...
어제도 대학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다보니, 그 친구는 중등교사를 수십년하고 작년에 퇴직을 하였는데 지금 또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자격증 마지막 학기라고 하면서 자기는 이걸로 푼돈을 벌든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말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비슷한 말년을 꿈꾼다는 이 소소한 기쁨이 나는 좋다.
난 긴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데 지금보니 ott에 떠있는 <화양연화>가 98분 러닝타임으로 나와있어 조만간 볼거 같다. 무수한 리뷰들이 올라와있지만 내가 쓰면 또다른 칼라의 리뷰가 나올테니 나 스스로도 기대해본다.
한동안 신세졌던 경량패딩 두장이 세탁이 다 된거 같아서 꺼내려 가야겠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