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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강남 언주로에 불었던 바람

by 박순영

방금 언니에게 카톡을 보냇다. 허구한날 돈 아껴쓰라고 해서 혼날줄 알면서도 오늘 결혼식이 있었던 강남 왕복을 택시로 했다고. 강풍에 기온이 넘 내려가 어쩔수 없었다고 잔뜩 엄살을 떨었으니 아마 이번엔 혼내지 않을거 같다...



30여년만에 대학친구를 만나 청승맞은 내 연애사를 줄줄이 텉어 놓았따. 가까이 이사오라고 한다.

그 마음이 어딘가. 우리 언니도 안하는 얘기를.

정작 신부 엄마인 친구는 남편과 함께 인사를 하느라 몇마디 나누지도 못했다. 해서 아마도 내년에 그 친구 정퇴할 때쯤 시내에서 셋이 한번 뭉치지 싶다.



오늘 눈이 소담스레 내려 신랑신부는 분명 행복할것이다.

오는길의 택시 기사가 묻지도 않은 '연애사'를 털어놔 내 얘기는 꺼낼 틈도 없었다.

나이 70이고 여친은 69인데 둘 다 상처한 뒤 만난 상태고, 앞으로도 결혼은 안하고 줄곧 그렇게 연인으로 간다고 했다.

부디 그 커플도 결혼이든 동거든, 어떻게든 행복한 길로 이어지길 바란다 .

그런가하면 갈때 기사는, 허구한날 남의 택시 모는데 진력나서 곧 그만 둘거고, 경마나 로또에 희망을 걸어볼거라고...해서, '아이구 선생님,, 왜 사행성 도박을'했더니 남은생이라도 대박 나길 원한다고..



이렇게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채 우리는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낯설게 혹은 친밀하게.

조병화 시인의 말대로 '하루만의 위안'으로 끝난다 해도, 그렇게 건너오는 마음의 질량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밖에서 잔뜩 언몸을 따스하게 녹여주는 나의 집에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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