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은 남아있어도 날은 푸근했다. 그래도 앞섶이 자꾸 벌어지는 테디베어 코트를 입어선지 쌀쌀했고 종종걸음으로 유원지를 다녀왔다. 그래도 성탄전야인데 그냥 지나치기 뭐해서 베이커리에 들러서 모카케익을 사려고 봤더니 크리스마스케익만 진열돼있었다. 생크림을 안먹는 나는 어떡하나, 하다가 티라미수케익을 달라고 하였다. 쪼매한 놈이 3만이 넘으니 보통때는 언감생심,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이걸 먹고 샤워하면서 머리감으려고 고개를 숙이는데 휘청...
아직 어지럼증이 남아있어서 욕실을 나와서 곧바로 밤에 먹는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티라미수와 신경안정제...성탄의 또다른 블루 컨셉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의연하려고 해도, 홀로맞는 성탄임을 이렇게 표시내는 것만 같아서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오후시간은 컴은 조금만 하고 책좀 보다 졸다,그렇게 보내야 할듯 하다. 자면 더 좋고.
남들은 고혈압 약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아예 안먹던데 나는 20대부터 신경안정제를 먹어와서 약은 평생먹는거라고 늘 생각해와서 전혀 거부감이 없다. 이런식으로 나는 마약중독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친구나 가족이 '그거 무슨 약이야?'하면 위장약이라고 둘러댔는데 언젠가부터 그럴필요를 못 느꼈다. 마음이 아픈게 무슨 죄라고, 숨길일은 아닌거 같다.
유원지 폭포는 저렇게 찐겨울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여름 저 폭포의 풍광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특히 장마진 직후의 거친 물살은 이구아수 부럽지 않다. (뻥)
약기운이 도는지 나른하다. 눕고 싶은데 머리를 감아서 30분쯤은 이렇게 컴을 하든 책을 볼거 같다...
약을 먹든 글을 쓰든 연애를 하든, 어떻게든 사는 이유와 명분이 있으면 좋은거 같다.
그런게 없어도 선하게,삶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갖고 살수만 있으면 생은 뭐 그리 지옥은 아닐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