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외국어 리스닝을 한다고 자동결제를 해놓고는 거의 한달을 잊고 지내다 조금전 생각이 나서 로그인을 하려니까 이것저것 넣어봐도 안됐다. 그러다 어찌어찌 간신히 들어가서는 듣다 만 영어부터 듣기 시작하였는데 그동안 텀이 있었다고 들리다 말다 하였다. 외국어의 고약함이란게 이런거지 싶다...그래서 조금씩이라도 매일매일 듣고 쓰고 말하기가 필요한게 외국어임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그만큼 충실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는것이다.
예전에 ebs 에서 영어회화를 담당하던 이 모교수가 지금은 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가 돼있는걸 보았다. 나보다 한두살 위쯤으로 보이는데, 그때 tv에서 정말 샤프하게 진행하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저렇게 영어를 잘할까 감탄한적이 한두번이 아니고 다른세계 사람 같아 보이더니 기어코 교수자리를 꿰찬것이다. 이런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혹자는 외국어를 학문이 아니고 예체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카테고리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 무엇이 되었든 꾸준히 학습해야 익혀지는 분야인 것만은 틀림없다.
나는 맹자왈 공자왈 식의 딱 짜여진 분야에는 취미도 없고 재능도 없다.. 대신 이렇게 시대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하면서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분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때 영어강독 시간에 더듬더듬 읽은 d.h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이 떠오른다. 로렌스가 왹국 독자를 고려해선지 쉽게 써줘서 그닥 큰 어려움없이 읽었지만 역시 모르는 부분도 많았다.그럼에도 아련한 아픔과 슬픔이 뭉클하게 와닿았다.
지금 다시 읽으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그렇게 로렌스라는 영국의 대문호는 내게 친근한 옆집 아저씨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때 외국어의 매력이 뭔지를 알게 된듯하다...
이후에 토마스 하디의 <불운한 쥬드>를 밤새워 읽고 (장담컨대 50%는 오독했을 것이다)나서는 삶의 뼈저린 허망함과 부조리를 느끼던 기억이 난다.
내가 다닌 학교는 '문학'보다는 '어학' ,좀더 정확히 말하면 '실용외국어'에 중점을 둠에도 이렇게 나는 문학에 빠져들었다. 해서 졸업후, 기고 형식의 번역을 한동안 했는지도 모른다. 이후에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였다.
해서 이제는 아무리 바빠도, ebs외국어 듣기는 매일 하려한다. 일단은 안 들으면 돈이 아깝고 두번째 내 삶의 궁극적인 지점은 자유로운 외국어구사에 있기 때문이다. 글과 외국어의 결합, 이것이 내 오랜 소망이기도 하다.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여러 일중에 외국어학습도 포함된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지인 하나는 지방 지상파 사장까지 지내 놓고도 언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미국에서 석사를 따고 지금은 남미에서 스페인어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노력을 기울이게 돼있다. 그것을 어느정도 이루느냐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나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삶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중에 자신이 애정과 심혈을 기울일 분야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지극히 다행스런 경우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