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막판에 탄산수를 거실바닥에 엎지르는 쾌거를 저질러서 지금 거실에서는 탄산냄새가 진동을 한다. 내 나름의 송년 샴페인을 터뜨렸다 치기로 하였다.
지금 바깥 결빙여부를 모르지만 걸을만 하면 그래도 떡국거리를 좀 사다 내일 끓여 먹을 셈이다.
나는 고기 넣고 하는게 귀찮아서 조미료로 대신한다. 그래도 얼추 비슷한 맛이 나니 편한 세상이다.
명절되면 자주 듣는 질문이 '언니한테 안 가냐?'이다.
언니를 본 지가 해를 넘기면 8년째다. 엄마 돌아가신 뒤에는 왕래가 없어서기도 하고 내가 그집에 친 '사고'때문에 형부가 주동이 돼서 일종의 금지령이 내렸다.
그런들 언니얼굴을 잊겠는가. 남인 형부얼굴은 가물거리지만...ㅋ
해서, 내년에는 오지 말라고 해도 내려가볼 생각이다. 가서 그리운 고양이 '후추'도 살짝 만져보고...
난 강아지는 그래도 한 3초 정도 만지는데 고양이는 한번도 만져본적이 없다.
그 후추라는 녀석이 얼굴이 넓적한게 꼭 개같아서 순둥해보이는게 마음에 드는데 벌써 15?16?살이라니 하늘 가기 전에 보고 싶다. 예전에 엄마랑 내려가면 엄마가 무척 이뻐하시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언니가 어느 여름날 아침식탁에 올려준 물냉면이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것도 떠오른다.
언니는 내가 운전할거라고 하면 '야, 나 잠 못자게 하지 말고 버스타고 다녀!'라고 해준다. 그말을 자꾸 듣고 싶어 잊을만 하면 또 그러곤 한다. 세상에서 그래도 나를 걱정해주는 이가 있구나,하는 안도감, 고마움...
아직은 구정을 쇠는 집이 더 많겠지만 나홀로족들한테는 그런게 별의미가 없다. 다시말해 쇠고 싶으면 쇠고 아니면 마는 자유라는게 있는 것이다. 그래도 신년 첫날, 떡국 정도는 먹어주는게 사람의도리?라고 생각한다. 나이도 한살 더 먹고하니 좀 의젓해져야 할텐데 이 촐싹기는 어디 안 가는거 같다.
아직 밖은 어둡다.
지난 한해가 이렇게 어두운 새벽이었다면 내년은 등 튼 뒤의 환한 햇살같은 그런 시간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