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는 잠시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고 나가놓고는 한시간이 넘도록 들어오질 않고 있다. 그렇게 덜렁 호텔방에 혼자 남겨진 수인은 오만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휴대전화도 놓고 나가 연락할 방법도 없고 그녀는 신혼여행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게 능사가 아닌거 같다 판단한 수인은 급히 카디건을 두르고 호텔방을 나와 1층 프론트로 향한다.
그녀는 폰에 담긴 민수의 사진을 보여주며 여직원에게 묻는다. 혹시 이런 남자 못봤냐고.
그말에 여직원은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아, 하면서 기억하는 눈치다.
수인은 그 호텔여직원이 가리킨 방향으로 차를 몰기로 한다. 그쪽으로 가면 바닷길이 나오고 근처엔 울창한 숲이있다고 했다.
그렇게 바다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자 그다음이 막막해온다.
해는 저물고 있고 이 광활한 곳에서 민수를 찾는다는게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찾아는 보자,하고 수인은 바다와 숲사이를 두리번거리며 나아간다...
민수의 이름을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어디서도 대답이 없다. 그가 혹시 자살이라도 한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그녀를 덮쳐온다. 하지만 왜?라는 의문이 든다.
둘은 지극히 자연스레 만났고 보통의 연애을 거쳐 순조롭게 결혼까지 이르렀다. 물론 그전에 서로에게 다른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둘다 혼자 된 상태에서 만나서 그건 다 지나간 일이라 여겼다.
그렇게 수많은 하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혼인서약을 했고 민수의 차로 여기까지 달려와 신혼 첫날밤을 맞게되었는데...
둘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 어느 한 지점에서도 누군가의 미움이나 원한을 산적이 없는터라 그녀는 민수의 잠적을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다...
바다와 숲에 동시에 밤이 내리고 휘영청 달이 떠오를때쯤 그녀는 다시 호텔로 길을 잡는다. 어쩌면 민수가 돌아와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경우를 대비해 민수의 휴대전화를 놓고 나왔는데 전화 한통 없는걸 보면 아직인가 싶어지며 불안은 더욱더 증폭된다.
민수는 호텔방에 없었고 드나든 흔적조차 없다. 그의 휴대전화는 아까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있다. 조금의 자리이동도 없이...
그러다 전화벨이 울려 그녀는 화들짝 놀란다. 민수구나 싶어 얼른 자기전화를 받아 '어디야!'라고 소리쳤다.
"민수가 없니 지금?"이라는 시모의 전화였다.
"아 어머니...잠깐 나갔어요. 전화 일찍 드렸어야 하는데"라며 그녀는 상황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뺀다. 그 전화를 끊고나서 친정에도 전화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거짓말을 하기로 한다. 민수가 피곤해서 먼저 자고 있는 중이라고...
그러다 그녀도 피곤해져서 스르륵 잠에 빠진다. 이 와중에도 잠이 온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렇게 얕은 잠을 자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그녀는 두눈이 번쩍 뜨인다. 하지만 방문은 여전히 닫힌채였다. 혹시나 민수가 들어와 욕실에라도 들어갔나 싶어 욕실문을 열어보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가 혹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교통사고라도 당했나 싶어 그녀는 얼른 인터넷 검색을 해보지만 인근에서 사고가 났다는 기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도대체 이 남자는 어디로 간걸까,살아는 있는걸까, 별의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그녀를 다시 녹다운시킨다...그러다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걸려있다.
프론트 여직원이 수인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왜 혼자 내려오세요? 신랑님 아까 새벽에 올라가시던데?"
그말에 수인은 기겁을 하고만다.
"남편을...보셨나요?"
"네?"하고 되묻는 여직원의 얼굴이 굳어지는걸 수인은 분명히 보았다.
그리고는 그길로 수인은 다시 호텔방으로 냅다 달려와서 문을 열어보지만 방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런데 그의 휴대전화가 없다. 아무리 뒤져도 민수의 전화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잠깐 어디 시내라도 나갔다 온거겠지,하고는 한참을 기다리지만 민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째인 그날도 하루종일 수인은 혼자 방과 호텔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시간을 다 써버렸다. 마치 자신을 단념시키려는 의도같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때문에? 이제 호텔에 머물 시간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거의 다 포기한 심정이 되고 그러자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한꺼번에 몰려온다..한참을 잔거 같다..
담당 형사 규혁은 그녀의 죽음에서 타살의 흔적이 엿보이지 않자 자살이나 실족사한걸로 잠정 결론을 내린다.
신혼여행온 한 여자가 남자가 없는 틈을 타 투신한것은 이런저런 무성한 뒷말을 남겨 호텔 매출에 지장을 주기 시작했고 호텔은 이름을 바꾸고 리모델링 공사까지 들어가면서 이미지 쇄신을 꾀하였다.
그렇게 3년이 흐른 뒤 한 신혼커플이 그곳을 찿았다. 그들은 이 호텔에서 한 여자가가 투신했다는 소문을 알지 못하는 듯 했다. 하기사 이름까지 바꿔버리고 리모델까지 했으니...
들은 떨어져 죽은 수인이 묵던 방을 배정받았다. 그들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부랴부랴 서로를 탐하며 침대에서 나뒹굴었다...
그러는데 문에서 똑똑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에이 누구야?"라며 남자가 샤워가운을 급히 걸치고 현관으로 가자 센서등이 반짝인다. 문을 연 남자는 그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이지를 못한다. 그동안 여자는 섹스 뒤의 나른함이 잠으로 몰려와 이미 침대에서 잠들어버렸다.
"왜그랬어 민수씨..."라고 하는 문밖의 여자는 길다란 하얀 원피스 차림이었고 자세히 보니 발이 없었다.
"수인아.."
"당신 얼마나 찾았는데..."
"미안..너한테 다 하지 못한 말이 있었어..말했어야 하는데"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래놓고...다른 여자가 있었으면 결혼까진 가지 말았어야지"
"널 사랑하지 않은게 아니야. 다만...다만...저여자도 사랑했어. 내가 버릴수 없는 여자야"
"그래? 그래도 내 장례식엔 왔어야지"라며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아 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발없는 그녀에게 끌려 긴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3년만에 같은 층에서 같은 추락사가 발생한게 형사 규혁은 아무래도 3년전 그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좀더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현장을 뒤로 하고 서로 돌아간다. 그렇게 규혁의 차는 드넓은 봄바다와 울창한 숲 사이를 굉음을 내며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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