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城

by 박순영

연경은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 본가로부터 오는 모든 연락을 차단하기로 한다. 아무리 고아인 자신을 입양해 키워줬다 해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지난번에는 결혼을 코앞에 두고있는 그녀에게 한달만 쓰고 돌려준다며 돈 3000을 가져가놓고는 나몰라라 한적도 있고 그일로 결국 결혼도 하지 못하고 s와는 헤어지고 말았다.


마냥 기댈수만은 없어 서울의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고 지방애 4년전액 장학금으로 간것으로 일단은 큰 빚을 갚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수시로 생계며 다른 자식들의 뒷바라지 비용을 연경에게 요구해오는 양부모의 성정을 더 이상은 견딜수가 없어 회사에서 대출 1억을 받아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고 건네주었고 그러마 동의를 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연경이 겨우겨우 북한산 자락 다가구에 방을 하나 얻어 고단한 몸을 쉬려 할 즈음 그들은 또다시 돈을 요구해왔고 연경이 힘들다고 하면 '키워준 은공' 운운하며 그녀를 또다시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곤 하였다.

아무리 입양한 자식이라고 해도 한번 결혼을 엎었으면 최소한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도 전혀 없었다. 안그래도 빠듯한 살림에 자신을 입양한게 고마우면서도 어쩐지 석연치 않았는데 다 이런 속셈이 있었다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었다. 이렇게 이용하고 착취하려고 날 고아원에서 데려온거야,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더이상은 그들과 상종하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서도 늘 그늘져보이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건 일찍 상처한 팀장 규현이었다.

어느날 회식자리가 끝나고 어차피 대리기사를 불러야한다며 괜찮다는 연경을 억지로 자기 차에 태우고 바래다 준 그날밤, 그는 차 한잔 얻어먹겠다며 연경의 방까지 밀고 들어왔고 그리고는 그녀를 안았다. 연경은 처음에는 저항하였지만 평소 자신에게 잘해주던 사람이기에, 그리고 s와 헤어진 뒤 헛헛한 마음도 달랠겸 그를 받아 들이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보름후 규현은 죽은 전처가 남긴 딸 진을 소개시켜주었다. 아이는 눈매가 똘망똘망하였고 처음엔 경계하는 눈치를 보였지만 이내 연경을 고모고모 하면서 따르기 시작하였다.


"이리 된거 결혼하자"는 규현의 청혼에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양부모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 듣고 난 뒤 그는 연경의 두손을 잡으며 '내가 이제 바람막이가 돼주마'라고 하였다.


그렇게 연경은 혼전 임신을 했고 결혼과 함께 퇴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첫째를 낳던날 규현은 울먹이며 '고맙다'를 되풀이하였다. 아이 이름은 '완'으로 하자며 아이의 꼬물거리는 손을 꼭 쥐어주었다.

연경에게 남편이라는 울타리가 생기자 양부모도 전처럼 마구잡이식으로 돈을 요규하거나 횡포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뒤늦게나마 든든하나 울타리를 얻었다는 생각에 연경은 규현에게 최대한 충실하려 하였고 잘해주려고 노력하였다. 아들 완을 이뻐할때는 혹여라도 진이 상처를 받을까 눈치를 보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완이 두살 무렵까지는 모든게 무탈하게 흘러갔고 가끔 오는 양부모도 완을 친 손주처럼 이뻐하며 일종의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러나 어느날부턴가 규현의 귀가가 늦어졌고 그것은 외박으로 곧잘 이어지곤 하였다. 물어보면 죄다 '상갓집'운운하였지만 그게 사실이 아닌것쯤은 연경도 알수 있었다. 그래도 잠시 불고 가는 바람이려니 하고는 그에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어느날부턴가 시작된 그의 손찌검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뒤늦게 밝혀진 바로는 규현은 상처를 한게 아니고 이혼을 한 사례였다. 어느날, 진의 엄마라며 어떻게 알았는지 w가 연경에게 전화를 걸어와 둘은 만났고 진의 엄마는 규현의 계속되는 외도와 폭력을 견디지 못해 이혼한것이라고 했다.


이 결혼마저 비극적 선택이었음을 뒤늦게 감지한 연경은 딸 진만 아니면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규현의 외도와 폭력은 더욱 잦아지고 거세졌다. 결국 그녀의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단계까지 가서야 그녀는 준비해온 이혼서류를 그에게 내밀었다. 규현은 두번 이혼은 죽어도 못한다고 버텼지만 그럴경우 고소를 한다는 그녀의 으름장에 결국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렇게 그와 헤어져 위자료며 재산분할로 받은 얼마간의 돈으로 예전 북한산 언저리 15평 아파트로 이사를 오던날 그녀는 딸 진을 부퉁켜 안고 엉엉 울었다. 아이도 연경 품에 안겨 훌쭉훌쩍 울었다. 이제 우리 둘이 살자. 그 누구도 우리 삶에 들여놓지 말자, 아이의 자는 손에 자기 손가락을 걸며 그녀는 스스로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이혼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양부모는 다시 그녀의 집에 드나들기 시작하더니 또다시 돈을 요구해왔다. 집 사는 데 다 썼을리가 없다는게 그들의 생각인듯 했다. 남은돈이 있읉테니 그걸 내놓으라는 식이었고 그러면서 그 해묵은 '키워준 공'을 또다시 들먹거렸다.


산너머 아랫단지까지 폭발음이 들릴 정도로 그 가스폭발은 커다란 굉음을 내었다. 이웃들은 죄다 '전쟁이 난줄 알았다'고 하였다. 평소 다정다감하고 살가웠던 노인들이었다며 이웃들은 두노부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아마도 집을 비운사이 가스가 샌걸 모르고 불을 당긴거 같다고들 안타까워하였다.

먼발치에서 화재진압현장을 지켜보던 연경과 딸 진은 해가 질 때쯤 산허리를 내려와 택시에 올랐다. 모녀는 그렇게 겨울끝을 가르며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연경이 잠시 열어본 차창 밖으로 이른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연경은 갑자기 재채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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