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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보고 또 봐도 슬픈 이유

by 박순영

아까 사극 재방송을 보면서 본방을 이미 봤음에도 또 울먹거렸다. 우리가 흔들리는 포인트는 다 비슷한 거 같다. 한 무인의 장렬한 전사장면이 거의 15분에 걸려 계속되었다. 그것도 클로즈업으로. 물론 다분히 연출된 셀링 포인트지만 어쨌든 슬픈건 또 봐도 슬프다.



글을 쓴다는 것도, 그냥 쓰는게 아니라 '좀 잘 쓴다는 것'도 이런 포인트를 잘 짚어내고 드러내는게 아닌가 한다. 그런 맥락이라면 삶은, 인간은 빤한 존재다.

슬프면 울고 좋으면 웃는다. 이런 포인트들을 군데군데 잘 심어가는게 어찌보면 글쓰기의 기술이 아닐까 싶다.


어제 친구와 통화를 하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왔는데, 악인이 나오고, 반전이 있어야 되고, 미스터리가 있어야 돼,라며 친구는 드라마에 도 튼 거처럼 이야기를 하였다. 거기다 출생의 비밀까지..

이런 클리셰들을 욕하면서도 계속 끌어가는건 이른바 그 지점이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새롭고 획기적이고 낯선 이야기를 들고 나와도 결국엔 '그밥에 그나물'이 되고 마는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런걸 통속이라 부른다면, 나는 통속을 좋아하고 통속적으로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욕은 좀 먹어도 안전하기 때문이고, 삶은 통속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쓴 원고들을 정리하는데도 이렇게 눈이 빠질거 같고 어질거리는데 나중에 타인의 원고를 보려면? 상상이 안 간다. 하나 남은 단팥죽이나 덮여먹고 그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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