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고 내려는 '독서에세이'를 정리하다 이청준의 '눈길' 부분을 읽으면서 대학원시절로 되돌아 간 기분이었다. 그때 과제물로 제출한 글인데 교수님이 그 어떤 참고자료도 보지말고 분석해 오라는 요구를 하셔서 내 나름으로 꽤니 끙끙대며 썼던 글이다.
지금보면 치졸하고 유치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작품 자체에 꽤나 매혹당했던건 사실이다. 나이 70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간 천재에 대한 진혼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조금 오버일지 모르지만 여태 내가 읽은 한국 단편중 으뜸에 해당한다 볼수 있다.
아니면 나역시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어서일지 모른다. 예전 우리 집은 정말 가난했는데 그래서 엄마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오랫동안 새 신발을 사지 못할 정도였다. 어느날 엄마는 눈길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졌고 한팔에 깂스를 한재 계속 미끄덩거리는 그 신을 신고 눈길을 가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청준이 이작품에서 천착한대로 나역시 이렇게 엄마로 대변되는 '어릴적 기억'에 옵세스돼 있는지도 모른다. 즉,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이다.
졸렬하나마 브런치북에 담긴 글들을 정리하다보니 그래도 한때 꽤나 몰두했던 '소설시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