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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흐르는 물처럼

by 박순영

오래전 가구, 특히 엔틱에 푹 빠져 사경을 헤맬때

이런걸 모 판매자에게서 산 적이 있다.

물론 오리지널엔틱은 아니고 카피였는데 뭐 그래도 황송해하면서...


그리고는 받아서 떡하니 설치하고는 행복해하다

naver

어느날, 뷰로 꼭대기에 뭔가가 스멀스멀 기어가는게 보여서 저게 뭐지? 하고는 휴지로 쓱 닦고는

잊었다.

그런데 며칠후 다시 보니, 또 뭔가가 움직였다 작고 까만게 꼬물꼬물...

알고보니 젖은나무에서 번식한 벌레였다.



그걸 알고는 화들짝 놀라 버리나 마나, 하다가

거실 발코니로 끄집어내서 구석에 처박고는 잊어버렸다.

물론 잊기전에 소독약 뿌리고 썩은 부분을 긁어내고 뭐 그랬던..

결국에는 벌레를 다 퇴치한 뒤 헐값에 팔았다..



그런데, 지금 그 판매자의 샵에서 회전의자를 보고 있다.

구매할 확률은 거의 없지만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다는 자체가...


끝이다 끝이다 하면서도 끝나지않는 인연들이 있다. 100날 고민해봐야 수가 안 나는...

이제는 내가 크게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그냥 놔두려고 한다.

갑자기 운명론자, 인연론자가 된듯하다.


오늘, 침대에서 꼼짝도 않고 컴하다 폰하다 자다 했더니 저녁 다 돼서 열기가 훅 끼쳐온다.

뭐라도 좀 집어먹고 저녁만은 제대로 보내야겠다.




나는 온통 풀어 헤쳐진 셔츠를 걸친 채 커튼을 향해 발을 옮겼다. 커튼을 젖히고 반쯤 열려진 유리창을 완전히 열고 벽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았다.

거대한 돌산대교가 바다 위를 가로질렀고 장군도라 불리는 밤톨만한 섬이 바다 가운데 둥실 떠 있었다. 작은 배 한 척이 오색 깃발을 꽂고 장군도를 지나쳐 넓은 바다로 빠르게 달려갔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큰 배가 일으키는 파도를 힘차게 헤치고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는 내 입가에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는데 그 광경이 마치 어린아이가 장애물 경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발코니로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여수항이 펼쳐졌다. 하늘에서는 갈매기가 부드럽게 유영했다. 햇볕은 윤슬을 이루며 쏟아져 내렸고 수면에는 갈치 비늘들이 햇살에 눈부시게 빛을 뿜어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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