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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May 15. 2024

프랑크푸르트에서

나는 오래전 엄마와 패키지로 유럽을 다녀온게 해외여행의 전부인 사람이다.

가서, 음식때문에 어지간히 고생은 했지만 마지막 행선지 파리에서는 입에 딱 맞아 다행이었다.

그리고 전설적인 도시 파리의 겉만 훑고 왔어도 나중을 기약할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인 도시였다



정말 오래전 일을 이렇게 복기하게 하는 계기가 오늘 있었다.

유럽기념접시

창고짐을 꺼낸다고 하다가 엄마가 '비누통'이라고 써놓은 무거운 박스가있어 무리하면서 

끄집어내서 뚜껑을 열어보니 아마도 프랑크푸르트에서 샀던 기념 접시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써있으니 그런줄 알지만, 어떻게 이걸 창고에 처박을 생각을 했는지 한심했다.


나는 여행지에 가도 기념품을 거의 사지 않는 편이다. 일단 돈이 아깝고 바가지쓰는걸 빤히 아는데 뭐할러,라는 뒤틀린 심사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을 갔다오면서도 거의 안 사다시피했는데 이건 어떻게 샀나보다.


프랑크푸르트는 참으로 단정했던 도시로 기억난다. 그림속의 집같은 이쁜 목조가옥들이 즐비한. 그리고 기억이 맞는다면 괴테하우스가 있던...

독일은 비인간적일 정도로 거리가 깨끗하고 하이델부르그에서는 휴지한장, 담배하나 버려진걸 볼수 없어 섬뜩할 정도였다. 독일인의 철두철미하고 냉정한 기질을 엿보는 거 같아서...



아, 그리고 로마..

잊을수 없는 그 음울한 도시,

석양무렵 지나치던 암스텔담 외곽의 작은 운하들,

그리고 영국의 고약한 인심, 그리고 빽빽한 인파...


유럽 안에 사는것과 이렇게 지나치는건 다르다 물론. 산다면야 인종차별을 비롯해 갖가지 불편과 고통을 감수해야겠지만, 그래도 한번쯤 다녀올 곳인건 분명하다.

드골공항에서 공항 셔틀로 잠시 이동하는 동안 차내에 빈자리가 있어 앉았다가 무안당한 일까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옆에 서있던 백인여성이 손으로 가리킨 문구가 'disabled' 즉, 장애인, 노약자 석이라는걸 보고는 얼마나 황망했던지...


그리고 베니스에서 엉뚱하게 불어로 소통하던 기억까지..

아무튼, 트레비 분수에 동전 던지고 왔으니 한번은 더 갈것이다. 외서를 할경우 일을 빌미로 자주 들락거릴테고...


이렇게 접시 한장이 주는 포근한 행복감에 나의 오후는 넉넉하게 시작한다.


암스텔담  운하, 로마의 밤, 비오는 파리/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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