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른바 당뇨유전자가 있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당뇨합병증으로 가셨기때문이다. 그러면 자손은 평생을 조심해야 한다는데, 난 지난 석달 제로콜라를 물 마시듯 늘 들이붓고 팝콘, 피자를 곁들여 먹는 기쁨 아닌 기쁨?을 누렸다.
그 결과 3개월치 혈당 평균 수치인 당화혈색소가 0.2% 상승했다. 매일 콜라를 마신다는 내 말에 의사는 두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정 알싸한 걸 먹고싶으면 맹탕이긴 해도 탄산수를 먹으라고 한다. 해서 병원 건너편에서 탄산수 두병을 사와서 방금 마셨다.
역시 콜라만한 달짝지근한 건 없다. 그저 물에 조금 싸한 느낌 한방울이랄까...
그런데 내가 지난 3개월간 이런 섭식을 해온건 어쩌면 자기학대였는지도 모른다. 콜라를 먹다보면 자연히 피자니 팝콘같은 정크 푸드를 찾게 된다. 그렇게 난 마구잡이식으로 먹어댄것이다. 지난 겨울은 내게 혹독한 시간이었고 난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를 그런 식으로 찾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그것들과 결별해야 할 시간이 온것 같다.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영화 <적과의 동침>역시 그 동침이 불가하다고 끝나지 않는가.
아무래도 나에게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사람들과 연을 맺고 끌어가듯 섭식도 마찬가지다.
이만큼 먹고도 정상 혈당 유지되면 계속 먹겠다는 내 의지는 이래서 꺾였지만 훗날, 내 스스로 내 몸에 인슐린 주사를 꽂는 일은 사전에 방지한 셈이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주의하면서 살아야 하겠지만.
살다보면 '차라리 잘됐다'싶은 일들이 있다. 일례로 그 관계를 끌고 갔음 정신적 물리적 피해가 막심했을텐데 그나마 '그 정도'에서 끝이 나서 다행이라고 자위할밖에. 그래도 그리운 마음, 미련은 남지만 '적과는 동침못한다'는게 내 깨달음인 이상, 더이상 떠나간 인연들에 연연하지 않을것이다.
연연한다는 것은 안되는것을 되겍 하려고 억지를 쓴다는 의미도 된다. 될것은 되고 내것은 운명적으로 내것이 된다고 한다. 마음을 여유롭게 갖고 느슨히, 가끔은 더디게 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을 병이라면 낫는거고 안 낫는건 포기하는게 그나마 우리가 삶의 번잡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는 방법은 아닐까? 비록 알싸하고 중독성있는 콜라같은 그런 즐거움은 포기하거나 미룬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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