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라디오

제의가 들어온다면 무조건 OK하기를..

by 박순영

가, 프리랜서, 난 이런것들이 백수와 뭐가 다른가를 솔직히 잘 모른다. 물론 그게 전업일 경우. 본입이 따로 있으면서 글에 대한 애정, 글쓰기의 보람등이 동기가 돼서 글을 쓰는 정도면야 이해가가지만 글쓰기 하나로 생존을 해결하려 한다는건 분명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나역시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오늘은 혹시 창작유료플랫폼이란게 있나 하는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봤고 다른 포탈에 그런곳이 있다는것, 그리고 인터넷 책방에도 새로 플랫폼이 생긴걸 알았다. 나도 한번? 잠깐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마구잡이식으로 글쓰기가 자유롭고 읽기도 자유로운 이 브런치공간으로 귀결되었다.



글쓰기만도 버겁고 어떤땐 귀찮은 일인데 구독자관리까지 해야 한다니...것도 늘어나는 구독률이 아닌 줄어들 경우를 생각한다면, 그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생각...



난 책을 써서 돈을 벌어본 적은 없다. 문예지로 등단한 후 청탁을 받고 몇편 글을 게재했는데 돈대신 책으로 고료를 정산해줘서 더 이상 안쓴다고 못을 박은적이 있다. 그러다보니, 난 글로 돈 벌 팔자는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이런저런 방송글로 약간의 돈을 벌어봤다.



해마다 3월이면 재발, 또는 깊어지는 우울증으로 있는대로 개기던 어느날, 방송일을 같이 했던 작가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전화를 받았다. 자기에게 들어온 일거린데 자긴 지금 지방라디오를 쓰고 있어서 할수가 없다고. 해서 나를 추천했다는 내용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그 일이 없었더라면 난 우울감이 깊어져 폐쇄병동에 갇혀있거나 목을 맸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튼 그렇게해서 난 남도 일대에 송출되는 서울소재 모 방송의 작가일을 하게 됐고 페이도 꽤 센편이었다. 대신 보조작가 체계가 없어 오로지 혼자 다 써내야 하는 고되기 이를데 없는 그런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 2주간은 그야말로 잠도 못자고 살인적 원고량에 치여 쓰다가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을 지경이었다. 그 2주가 지나갈 즈음 일거릴 소개해준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살아있냐?


자기도 예전에 해봤는데 처음 보름이 고비라고. 그걸 넘기면 오래 한다는 말에, 그럼 이걸 해서 차도 사고 집도 넓혀야지 생각했는데 세상일이 내 마음같은가. 타인들이 어디 내 사정을 봐주는가. 그일은 몇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둬야했다. 사정을 다 얘기하자면 너무 길고 복잡하고... 그리 유쾌한 기억도 아니기에...아무튼, 난 많이 억울한 상황에서 매듭을 지어야했고 해서 차를 사겠다. 집을 넓히겠다, 하는 꿈은 훗날로 미뤄야 했다.




그러나 그시간은 나를 우울감으로부터 건져내준 고마운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생방으로 진행됐고 자정에야 끝이 나면 난 바쁘게 인사를 해대고는 방송국 앞 막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방송국을 뛰어나왔다. 그리고는 버스에 올라 꾸벅꾸벅 창피한줄도 모르고 잠을 잤다 침까지 흘려가면서...

그몇달간 아마도 한 10킬로는 빠진거 같다.




금은 그 친구와도 소원해져 몇년에 한번씩 안부전화나 톡 정도를 하는 사이가 됐지만 그 시간을 내게 선사해준 그 친구에게 보답을 하고싶다. 물론, 처음 2주의 혹독한 인턴?기를 지나 여의도 어느 레스토랑에서 만났을때 내가 밥을 사긴 했지만.


그때 번돈으로 난 대학원을 다녔고 책을 샀다. 비록 차를 사는 럭셔리함은 누리지 못했지만. 처음엔 mc 와의 갈등이었고 그 분위기에 피곤함을 느낀 pd가 결국 나를 쳐내는 결론에 이른것, 뭐대강 이런 스토리였다. 그래도 안보이는데선 '처음으로 진짜 작가를 만났다'고 자랑하고 다녔다는데...

pd와mc,그리고 나, 이 셋중에 그만둬야 한다면 그건 당연 나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고된 일과속에서도 이런저런 꿈을 꾸게 해준 그 몇달이 난 지금 꿈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다시 라디오일을 하고싶다. 내성적이고 소셜하지 못해도 글좀 쓰고 pd와 큰 트러블만 없으면 그럭저럭 롱런할수 있는 일이 라디오일이다. 독자들중에 만약 라디오 제의가 들어오면 무조건 ok하기를 바란다. TV는 정신이 없다. 시청률, 광고, 요란함, 엎어짐....



요즘 브런치를 자주 올리다보니, 그때가 생각나 끄적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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