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님의 사랑은 피자였나
그가 진정 사랑한건....?
난 뭐 한가지를 시작하면 줄창 해댄다. 이미 나와는 아무 연고도 없는 프랑스어를 놓지 못하고 수십년째 들여다보고 있다. 이걸로 책 한권 번역서라도 냈으면 그나름의 당위성이 성립하겠지만.
내 사주에도 나온다고 한다.한가지에 꽂히면 그걸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해나가니 그점은 고치라고...
근데 그게 잘안된다. 요즘와선 이 버릇, 이 습성이 먹는것쪽으로 옮겨간것 같다. 신정엔 개인사가 현기증이 날 정도였어서 그냥 패스, 구정무렵 간신히 가라앉아 나도 설이라는걸 쇠어보자,하고는 오랜만에 떡국을 끓였다.
고기를 따로 넣지 않고 고기 다시다에 국간장, 소금 조금, 들기름 한방울, 후추 이렇게 간을 해서는 보글보글 국물이 끓을때 떡국떡을 넣고 계란 한개를 톡...
맛이날까 했는데 제법 그럴듯 했다. 해서 그 다음엔 수퍼에서 묶음 세일하는 만두를 사다 함께 퐁당...그렇게 먹으니 색다른 고소함이 묻어났다. 괜찮네? 하고는 3,4일 계속 먹다가 그짓을 여태 하고 있다. 두어달 가까이 떡국을 먹고 있는 셈이다.
명절음식이다보니 명절도 아닌 때 먹고 있는게 좀 그렇긴 해도 뭐 어떠랴. 혼자 사는 자의 자유라면 자유다 이런것도.
그런가하면 떡국과 함게 곧잘 시켜먹는게 있으니 그건 피자다. 지난가을무렵 좋아하던 사람이 가끔 시켜달라고 해서 배달앱에 들어가 그에게 시켜주다 나도 한번 먹어보자, 하고는 먹기 시작한게 발단이 되었다.
피자중에서도 난 단언컨대 이탈리안 피자를 좋아하고 추천한다. 특별하고 요란한 토핑없이 듬뿍 들어간 치즈가 어우러져 내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고소함이 먹을때마다 탄성을 자아낸다. 해서 난 <이탈리안피자>라는 소설을 이곳에 올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피자를 좋아하던 그는 어느날, 이번엔 엣지가 독특한 추가요금이 붙는 피자들을 요청했다. 피자값이 없어서가 아니고 좋아하는 이가 직접 해준다거나 그게 안되면 배달앱을 통해서라도 무언가 먹을걸 해주는걸 즐기는 듯했다. 그래서 암튼 난 추가금이 붙는 별난? 엣지의 피자들을 보내주기도 했다.
지금 그는 없지만 난 이미 피자에 꽂힌터라 계속먹고 있다. 혈당, 콜레스테롤,게다가 간까지 나빠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인 내가 , 제로콜라를 들이부우며 일주일에 최소 두어번은 레귤러 네판을 해치우고 있다. 그가 갔으면 그와 관련된 그 모든걸 끊어야 할텐데 난 못나게도 질질 끌고 있다. 건강염려증이 심한 나는 그를 만나기 전엔 이른바 '정크 푸드'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이젠 아예 정크성애자가 다 돼버렸다.
적당한 때 끊어버리기, 잊어주기가 필요한 세상에서 난 완전 구석기인으로 살고 있다. 내일이면 내과 정기검진이다. 제일 걱정되는게 혈당이다. 검진 하루전엔 그야말로 기도하는 심정이 된다. 회한과 후회가 동반되는...
뭐 하나에 꽂혀 계속 하는건 가끔은 괜찮은 소설을 낳기도 그밖의 걸출판 예술품을 낳기도 하지만 사람에 꽂히면 정말 답이 없다. 그야말로 외로운 그림자싸움이다.
암튼 오늘도 난 남은 떡국에 역시 남은 피자를 덥혀서 배가 가득차도록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나니, 묻고싶어진다. 그때 우린 사랑하긴 한걸까, 그가 좋아한게 혹시 내가 아닌 내가 보내주던 피자는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