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들른 친구도 도와주고 나도 분발해서 어찌어찌 일단 싸놓은 책 박스는 다 버렸다. 이제 그 정도를 다음주에 또 버리면 얼추 책은 정리되는거 같다.
한때는 가구포화 상태이던 집을 언제부턴가는 당근처리, 폐기물로 버리고 이제는 많이 심플한 상태니
이삿날 짐 내리는건 그닥 시간 걸리지 않을 거 같다.
역시 근육을 잘 못 써 여기저기가 뻐근, 당기고 아프지만, 이사하는데 이 정도야 뭐, 하는 정도로 넘기려 한다. 그래도 친구가 와서 무거운거 나눠서 날라주고 큰 힘이 돼주었다.
어제, 빵이라도 사다놔야 하는데 먹을게 없어 나 늘 먹듯이 물말아 장아찌에 아침을 같이 먹고 조금전 친구는 회사 갔다.
이사 일주일전부터는 폐가전 신고, 집전화 끊고 아무튼, 행정처리??로 바쁠거 같다. 그전에 짐 문제는 일단락을 지어야 하고, 이삿날 쓸 현금도 좀더 꺼내놓고, 대형병원 cd도 구워오고 머리를 쓸일이 남아있다. 아참 , 케이블, 가스도 끊고 .
가서 제일 먼저 할것은 냉장고 들이고, 인터넷 설치다.
참, 어젯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사지 주소를 배민에 쳐봤더니 딱 한군데 치킨집이 뜨고 피자니 돈가스니 아무것도 뜨질 않았다. 그래도 단지 앞에 올망졸망 먹거리가 즐지어 있어 혹시 배달을 해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걸어본다.
아침부터 힘을 썼더니 나른하고 근육뭉친 데가 움직이면 아프고 하지만, 마음만은 가볍고 홀가분하다.
오늘, 친구가 추가로 갖다준 폐박스에 9시부터는 좀더 담아 버리려 한다. 자꾸 벽을 긁어서 그렇지, 카트 운전도 어느정도 손에 익고 아주 살짝 재미도 있다.
필자의 연작소설집이라 할 수 있는 젊은날 사랑과 기억, 슬픔과 방황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연애프레임속에 삶의 다양한 요소를 넣어 타인과 관계의 속성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머리말
이수경, 서른 두살, 영상번역가.
형사 민우는 수경이란 여자가 딱히 살해당할 원인을 찾지 못하고 실족사한 것 같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녀가 떨어지면서까지 꼭 껴안고 있는 저 택배 상자가 마음에 걸린다.
수경은 이미 사후경직이 일어나 그녀와 택배 상자를 분리하는 건 쉽지가 않았다. 죽은 그녀의 품에서 간신히 택배ㅍ상자를 떼어내 열어보자, 남자 구두 한켤레가 가지런히 들어있다. 불에 그을린 브라운색 옥스퍼드화였다.
상우의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대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고 경찰은 알려주었다 . 차는 금방 화염에 휩싸여 상우의 신원을 파악하는데만도 애를 먹었는데 이상하게도 그가 신고 있던 신발만은 약간 그을렸을 뿐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그들은 신기해하였다.
상우의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 독립영화 '나비의 집'이 의외의 성공을 거둔 기념으로 수경이 사준 그 신발이었다-나비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