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망의 창고정리를 하였다. 예전에 한두번 버릴걸 버린터라 그나마 할만 했다.
그래도 버릴건 산재해있어서 먼지 뒤집어 쓰며 끄집어냈는데 엄마가 밧줄로 싸맨 박스 하나를 질질 끌어서 열어보니, 경찰 재직시 받으신 상패들로 가득했다. 차마 버릴수가 없어 먼지 쓴 벨벳함은 버리고 내용물은 뽁뽁이로 일일이 포장했다.
엄마는 경찰을 천직으로 알고 사셨다. 우리 여경 1호라는 자부심에 박봉도 고됨도 다 견뎌내셨다. 그리고는 지금 그리도 원하는 호국원에 안치되셨다.
google내가 어릴때만 해도 엄마가 직장을 다닌다는게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다. 물론 하이레벨 직종인 경우는 제외하고. 그래서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이야기하고 지냈다. 무슨 큰 흉이라도 되는듯...
하지만 지금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자랑하고픈 존재가 되셨다..
나는 예술계중학을 나왔고 그 당시 시경에서 도보로 가능한 거리여서 하교할때 자주 들르곤 하였다. 말년엔 민원봉사실로 발령이 나셔서 나는 그 곳을 제집 드나들듯 했고 여경 언니들과 친하게 지내기도 하였다.
엄마한테 듣기로는 한때 강력계 근무도 하셨다고 한다. 범인들 취조하는 걸 차마 못보겠더라는...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상패를 하나하나 싸다보니 이렇게 만감이 교차했다.
치매로 우울한 말년을 보내시게 한게 다 내 못난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나마 속죄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는 말도 안되게 '말아먹은' 엄마가 주신 이집을 어떻게든 복구하리라 다짐하였다.
이렇게 땀을 한바가지 이상 흘리고나니, 오늘 노동은 자연스레 종료되었다.
이제 휴식의 시간이다.
말년에 엄마는 그림을 배우셨고 붓글씨도 열심이셨다. 물론 아마츄어 수준이지만 캔버스화를 수십장이나 남기셨다. 여태 창고에 처박아두었지만 이사가서는 돌아가면서 벽에 걸든가 잘 보이는 데 두고 자주 보려고 한다...
그리움이란, 이렇게 속절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