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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달빛그림자

by 박순영

내 이사를 나보다 더 걱정하는 친구가 어제는 퇴근길에 들렀길래

그냥 이정도만 정리하고 가려고, 하면서 천변이나 걷자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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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마도 정릉에서의 밤산책을 마지막으로 한거 같다.

낮에는 안보이는 것들이 밤에 보일 때가 있다. 숨어있는 불빛,틈새 물보라, 뭐 그런.

그 오묘한 천변을 걸으면서 속으로 '그동안 고마웠어 정릉천'하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a식당에서 수육이 같이 나오는 정식 2인분을 시켜 먹었다.

예전에도 그집에서 같이 먹은 기억이 난다.

된장찌개, 누룽지까지 맛이 나는 그 집을 오래 기억할듯 싶다.



사실, 좀더 이사정리를 해야 하는데 한마디로 '뻗어버렸다'.

항생제 부작용으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하고... 이렇게 내 5월은 갔고 이제 6월이 왔다.

만시지탄이지만 독하고 모진 인연도 잘라내고 나는 나름 홀가분하게 이 곳을 떠나게 되었다.


가는곳은 일종의 노유시설 (주택도 아파트도 딱히 아닌)이어서 급할때 자금을 끌어다 쓸 수가 없다. 주택연금은 완전 불가하고 주담보대출도 거의 안되는. 된다 해도 소액에 고리를 내야 하는.

그러니 가서 죽자고 돈을 벌어야 하고 물론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면 그만큼 돈 쓸일이 줄어든다.

2년후에는 기필코 호수 가까이로..내 마지막 소원이다. 물을 닮은 그런 평온한 삶을 살고 싶다.





살면서 제일 어려운게 아마도 세상과의 타협이 아닌가싶네요....많이들 읽어주셔요 . 종이/e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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