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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Jul 01. 2024

영화 <엘비라 마디간>

-그들의 마지막 피크닉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본건 아주 오래전, 세상이 온통 내게서 빗겨나가는거 같던 어느 젊은날이었다. 모짜르트 음악으로 너무나 회자되던 영화여서 호기심에 비디오테잎을 빌렸던거 같다. 그리고는, 조금은 지루해 하면서도 뭔가 좀 색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다.



그리고는 얼마후, 정신과 상당을 받던중 이 영화가 언급되었고 의대 정신과에서 곧잘 정신분석을 위해 쓰이는 영화라는 말을 듣고 어느부분이 그럴까, 했다.

elvira madigan/google




지금에야, '동반자살'이라는 용어만 들어도 '자살을 위장한 타살'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만해도 '

사랑하면 같이 죽을수도 있다'는 엉뚱한 믿음을 갖고 있을때였던거 같다....마지막 총성 2발....

그부분이 정신과에서 주목하는 부분이라고 하였다.


즉, 유부남 귀족에 탈영병인 남자 식스틴은 세상으로 돌아가도 기다리는건 죽음이나 감옥행뿐이지만, 줄타는 곡예사인 엘비라는 궂은일이라도 하면서 얼마든지  목숨을 유지할수 있는데 '동반자살'로 보이는 죽음을 당한 것이다...


Видео ELVIRA MADIGAN Subtitles in English (Sweden, 1967) | OK.RU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이토록 위선과 에고로 겹겹이 둘러싸인 가공할 속임수일지 모른다는 처참한 결론을 확인시켜준 영화사 불멸의 작품이다.



이 영화를 감독한 보 비델베르그는 전 과정을 '자연광'에 의지해 찍을만큼 빛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렸고 여주인공 피아 데게르마르크는 한번도 연기경험이 없는 발레리나였다고 하고 이 영화 딱 한편만 하고 연예계를 떠났다고 한다.



그들은 마지막 피크닉을 떠나기 전, 빵과 계란을 구한 뒤 이런 대화를 나눈다.

"계란은 어떻게 구울까"

"4분"

"처음부터?"

"아니..끓는 시점부터"

그만큼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은 식스틴의 심경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들이 피크닉을 가던 도중 마주친 인부에게 묻지도 않은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식스틴은 그렇게나마 지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거 같다.

Видео ELVIRA MADIGAN Subtitles in English (Sweden, 1967) | OK.RU


그리고는 연인인 둘은 서로를 부둥켜 안았고 식스틴은 그녀의 머리에 총구를 갖다대지만 차마 쏠수가 없다.

"못하겠어"

"아냐. 해야돼. 우린 다른 방법이 없어"

그리고는 엘비라는 그의 품을 떠나, 날아다니는 나비를 좇기 시작한다. '죽어야한다'면서도 그녀는 그렇게 자유로운 생을 갈구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마지막 용기를 낸 식스틴이 방아쇠를 당기고 잠시후, 두번째 총성이 울린다.



이 영화는 이렇게 '동반자살'속에 숨은 인간의 이기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가, 세상이 '금지한 사랑'을 감행한 커플이 치르는 대가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그만큼 그 당시 커란 주목을 받았으며 엘비라를 연기한 피아 데게르마르크는  깐느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사랑만으로 사람은 살수 없다는 것.

사회가 규정한 틀 내에서만 생존이 가능하고, 돈이 없으면 결국엔 불화와 갈등, 종말을 맞을수밖에 없는 사랑의 취약성이 잘 드러 작품이다.


90분의 러닝타임동안 줄곧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북유럽의 눈부시고 황홀한 자연과 그에 대비되는 어두운 인간 내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제작된 지 반년 이상이 흘렀어도 여전히 명화로, 수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Elvira Madigan  영화 엘비라 마디간 OST 감상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youtube.com)


title  엘비라 마디간 elvira madigan ,스웨덴 1967

감독 보 비델베르

러닝타임  90분

주연  피아 데게르마르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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