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요시모토 바나나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홀로 걷는 타인의 거리

by 박순영

시모키타자와는 도쿄의 보헤미안 구역이라고 기재되어있다.

일본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나는 그야말로 '책'으로 일본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하루키, 게이고 등의 작가들을 통해서...



요시모토 바나나,하면 청아하고 나이브한 문장속에 날카라온 삶의 비수를 그려넣는 것으로 우명하다.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그녀가 느지막이 아이를 낳고 지낸 시모키타자와에 관한 기술이자 그곳에서 만나고 헤어진 이들에 대한 기억이다.



시모키타자와도 사람 사는 다른 어느 곳과 다를바가 없다. 그곳에도 삶과 죽음이 있고 기만과 좌절, 애매한 이별과 다행스런 조우 등이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아무튼 시모키타자와 거리를 걸어보기 바란다.

다리가 뻐근해지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또 걸어보기를.

무수한 사람들이 울고 웃고 마시고 토하고 꿈을 잃고 실연하고 또는 행복을 찾으면서 이 길거리를 몇번이나 걸었다..."


이것이 바로 '거리가 지닌 깊이와 슬픔'이라고 바나나는 적고 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걷던 거리, 그와 해후하던 거리, 마른 하늘에 갑자기 퍼붓던 소나기, 이렇게 우리는 숱한 거리의 기억, 기억의 거리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과 노마드관련서가 인기 '있는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쓰기도 한다.



시모키타자와/google

일종의 '보헤미안 거리'라면 그래도 규격과 통제에서 어느정도는 자유로운 공간일텐데 그곳에서도 인간은 역시 만나고 헤어지고 아프고 잃어가면서 삶을 배우고 타인을 받아 들이며 살아감을 그녀는 청초한 문장으로 기술한다.


또다른 노마드적 아이콘으로 바나나는 '책'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어딘지 모를 낯선 곳으로 데려가주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책을 사랑한다. 그것도 평생 짝사랑이다"


그런 떠돎에 대한 로망, 헤매임의 미학이 바로 책과 거리라는 매개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것이 삶이라는 바운더리를 형성하는게 아닌가싶다. 그속에서 만나게 되는 타인과의 조화, 그것이 어찌보면 궁극의 목표일텐데...


"상대에 맞춰 양보하고, 시간을 무의미하다 싶게 보내지 않고는 추억도 생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타인에게 나를 강요하고 주는것에 인색하고 준 다음엔 건너올것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자유로워보이는 시모키타자와에서 조차 서로 싸우고 갈취하고 멀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또한 '인생엔 완급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google


잠시 쉬어가기, 죽을거 같은 이별의 아픔속에서도 진득하게 기다리기, 마음을 추스리기 등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완급을 주지 않고 계속 가속 페달을 밟아대면 다가오는건 더 완고한 이별과 죽음뿐이다.


그 완급조절의 대상으로 거리는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런것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운 그 가게의 더러움, 먼지 낀 텁텁함, 불편함, 왜 이런게 여기 있을까? 하는 의문에 답이 없는, 뒤죽박죽 놓인 물건들, 그런 것들은 이제 이 세상에서 없어지리라"


이렇게 완급조절을 해도 나의 소중한 타인들과 결국엔 멀어지게 돼있는 것이 삶임을 그녀는 쓸쓸하게 받아들인다.


"아침에 같이 밥을 먹었는데,조금전까지 같이 수영을 했는데,차를 마시면서 별거없는 수다를 떨었는데 그러나 이제 없다"며 그녀는 결국엔 그들의 , 그리운 타인의 '부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우주의 원리는 '운명'이라는것이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는 가끔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작은 나만의 집을 짓고 사랑하고 그리운 타인을 그 안에 들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는 과정에서의 갈등과 성처, 회복과 설렘, 기대와 좌절, 이런것들이 뒤엉켜 나의 집엔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비도 오는게 아닌가 싶다.


바나나의 글엔 심오한 메시지나 철학 대신 인간의 정, 그것을 그리워하는 타자의 애틋한 시선이 깊이 묻어있다. 인간은, 특히 가상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소외돼있고 관계의 불안함에 시달린다. 그럴때 바나나의 말처럼 마음에서 우러난 '타인에 대한 사랑'만이 우리를 지속시키고 구원할수 있는 건 아닐까?



참고도서

e북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민음사,김난주옮김,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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