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우다영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밤을 원한다>

-타인이라는 슬픈 혁명

by 박순영

이제 막 30대 초반을 지난 젊은, 어린 작가의 내면에서 이렇게 분열된 자아와 타자성이 감지되었다는 데에 일단 놀랐다. 우다영, 조금은 낯선 이 작가는 90년 생이라고 한다. 등단 10년동안 적지 않은 책을 낸 어느새 중견의 대열에 들어선 작가이다.


이 소설은 중편 정도의 분량으로, 내가 만든 가공의 세계에서 내가 타자화 돼서 때로는 그리움의 대상, 때로는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내가 창조한 공간, 내가 지닌 것들의 소유자가 절대 내가 아님이 여러번 강조돼서 드러나고 심지어는 내가 창조하지 않은 것 ("까만개")까지도 나의 책임으로 돌려진다.



작가는 차분하고 명료하게, 점점 자신에게서 타자화돼가는 불확실한 세상과 자아의 슬픔과 미망, 그런 가운데 희미한 빛과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다소 난해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완독이 불가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지적 유희를 , 가상 세계에 대한 은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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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으로부터 떨어져나간 또다른 내가 혜경을 계속 공격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것은 '은유'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은 꽤나 깊은 사유의 우물속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가 때로는 숨이 차게, 때로는 허덕이게 만들지만 결국에는 '그리움과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정신분석의 '이인증'을 여기다 갖다 붙이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자아의 타자성'이라는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시류를 따라가거나 가끔은 저항, 반항, 즉, '혁명'을 하면서 사는 존재일 것이다.


"혜경은 자신이 창조한 승용에 대한 인상을 더 떠올려보려 애썼다. 그렇지만 흐릿한 안개 뒤로 넘어간 그는 잡힐듯 잡히지 않으며 점점 더 모호한 인물이 되었다. 오히려 혜경은 점자 자신의 기억이 편지 속에 묘사된 승용의 모습으로 유도되고 있음을 느꼈다....결국 바이러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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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얘기로 산다는 건 안갯속을 헤매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자신조차 모르는 자신의 본질, 스스로를 '바이러스'로 치부해버려야 비로소 평온해지는 신인류에 대한 아픈 고백이자 디지털 세계 '초자아'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플라톤의 '동굴'이 떠오른것은 과연 우연일까?





참고도서

우다영, e북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밤을 원한다>

문학과 지성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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