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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Jul 19. 2024

영화 <중독>

-그들의 천국



세계의 명작으로 회자되는 핏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요약하면, 순진한 innocent 한청년의 사랑과 야망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그 순수함 때문에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결국 타락한 세상은 순수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것은 개인과 타자, 개인과 세상 사이의 영원한 부조화를 뜻함이다.


필리핀 영화라고 해서 눈이 간 이 작품 <중독>또한 그런 젊은 연인들의 순수한 꿈이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어떻게 망가지고 뒤틀리고 종말을 맞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벤과 안나는 부부나 다름없는 연인 사이고 둘은 안나의 집이 가세가 기울어 돈을 벌기 위해 먼길을 간다. 그곳에는 어려울때 벤을 도와주던 죽마고우 만도가 있고 그에 의해 자잘한 벌이를 하게 되지만, 점점 벤은 푼돈에 지쳐가고 '목돈'을 쥐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투계로 시작된 그의 도박중독은 결국 빚을 내게 되고 그렇게 그는 점점 '어두운 세계'로 빠져들어가 결국은 안나와의 섹스를 녹화한 비디오를 불법으로 퍼뜨리는 일에 동조해서 둘은 헤어지게된다. 그리고 1년후 그들은 다시 애틋한 재회를 하는데 안나역시 자신의 생를 봐준 전직 부패한 형사의 애첩으로 전락해있고...



새삼스러울것 없는 청춘들의 방황과 몰락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과 꿈은 엔딩부분을 통해 열어놓은 감독의 배려가 작으나마 위안을 준다. 하지만 안나의 그후의 삶을 누가 장담하랴....


건실한 청년들이었던 벤과 안나의 타락은 쉽게 말하면 세상이 놓은 달콤한 '덫'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단 그들만 그러랴 싶다. 나또한, 아니 우리들 대개가 그 '덫'을 비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세상은 있는대로 타락했고 더이상 사랑이니  우정같은 명사는 死語가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판단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청춘들에게 '풍요로운 삶'이 가능하다면 그깟 '영혼매춘'따위는 망설일게 없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벤과 아나는 결국 인간본성에 기인한 정과 이끌림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그래서 젊음이 위대한 것이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청소년불가'영화인 만큼 수위 높은 섹스신이 잘려나감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이 영화의 전반  둘의 감미로운 섹스는 나중에 강간으로 변질되면서 여지없이 꺾여버린 청춘기의 꿈을 적나라게 대비해서 보여준다.

막힘없는 전개와 다양한 에피소드의 연속, 그리고 박진감과 속도감을 함께 갖춘, 그러면서 삶의 더럽고 타락한 속성과 그에 항거해보지만 결국엔 '중독'돼버리는 두 연인의 비참한 러브스토리는 그둘을 둘러싼 필리핀이라는 생존환경의 열악함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하겠다.


유럽이나 미국 위주로 우리가 접하게 되는 대다수 해외영화를 벗어나 우리와 지형적, 정서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세상의 이야기를 접했다는 데 우선 순위를 두기로 한다.

두연인을 연기한 배우들의 합이 일품이었고 두시간여의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감독의 역량도 대단한 수작이었다.




타이틀 SUGAPA,  2023. 필리핀

감독 로렌스 파자르도

주연 AJ라발 외

러닝타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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