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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Jul 18. 2024

영화 <마들렌>

-사랑값의 회복



너무나 흔한 얘기지만 첫사랑이 아름다운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때로는 비껴가는 듯한 인연이 극적으로 다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예가 아닌가 싶다.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생 지석, 중등동창인 미용사 희진의 풋풋하면서도  일사천리로 뻗어나갈거 같던 사랑은 갑자기 '임신'이라는 복병을 맞는다. 그러나, 둘은 밤을 같이 보낸적도 없다. 즉, 다른 남자의 아이를 희진이 가진것인데...


여기서부터 '계급의 차이'를 넘어서 당당하게 지석에게 자신을 어필하던 희진이 한풀 꺾이고 그 자리를  지석과 같은 대학생이며 로커인 성혜가 대신 하는가 하지만, 지석은 잠시 흔들린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희진에게로 마음의 물꼬를 돌린다.


2003년 개봉작이니 지금부터 20여년의 세월이 흐른걸 감안해도, 꽤나 레트로적인 내러티브에 미장센을 갖고 있는 영화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보는이의 몰입도를 높이는 저력을 보여준다.

둘의 어긋날거 같던 사랑은 또다시 반전을 거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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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마들렌은 폴란드에서 유래한 프랑스의 과자 이름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역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단초가 돼서 유명해진 과자다. 향긋한 맛을 자랑하는 마들렌을 제목으로 삼은 감독의 결정은 아마도  어느정도 세상을 겪은 희진에게 순수하게 다가가는 지석의 연심이 마들렌의 맛과 향을  닮아서가 아닐까?


'얼마면 돼?'로 일축되곤 하는 '사랑값'이 폭락한 요즘엔 정말 동화같은 러브스토리라 할수 있고 그래서 결말은 분명 '슬픔' 아니면 '아이러니'일거라고 추측하게 하는데 감독은 그런 관객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것처럼 보란듯이 의외의 결말을 도출해낸다.


요즘말로 '썸'의 단계조차 아닌 그냥 서로 바라만 보는 이 둘을 과연 '연인'이라 부를수 있는지조차 나는 잘 모르겠다. 동침까지 한 뒤에도 '썸'으로 일축해버리는 세태에서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어쩌면 미국의 <러브스토리>가 흥행에 성공한 요인과 맥을 같이  하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당시 미국은 어지러운 시대상, 청춘들의 꿈의 몰락과 함께 히피즘, 프리섹스가  난무하던 시절이라고 한다. 그럴때, 더할나위없는 순정적인 이야기로  도전장을 낸 영화가 바로 <러브 스토리>고 그것은 빤한 연애코드와 프레임, 감상적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런 시대로, 그런 사랑의 감정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가 깔려 있는건 아닐까?



'머리 잘라줘?'

'아니. 염색하려고'

'첫번째보다 더 아프고 따가울수 있는데?'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은 후반의 이 은 대사에서  요약돼 드러난다.

이 둘이 그후로 어떤 사랑의 길을 갔는지는 둘만이 아는 비밀이지만, 서로의 사랑, 특히 지석의 희진에 대한 사랑이 확인되는 순간만은 관객에게 분명한 설렘을 안겨준다.


다소 여리고 약한듯한 내러티브지만 크게 '흠잡을 것없는' 평작을 넘어선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완의 이별 끝에 다가온 '두번째 사랑'에 대한 개선 행진곡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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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마들렌> 2003, 한국

감독 박광춘

러닝타임 116분

주연 조인성 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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