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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Jul 15. 2024

영화 <le chat>

-사랑의 오해

'당신을 영원히 사랑한다고 해놓고...

난 뚱뚱해졌고 늙었고..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라는 극중 쥘리앙 (장가뱅 분)의 대사를 들으면서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정말 없다는걸 실감하였다.



젊은날, 그 아름답게 줄을 타던 곡예사 끌레망스는 줄에서 떨어져 한다리를 절게 되고

아이없이 25년을 살아온 두 노부부에게  위안이나 의지가 되는건 이제 세상에 없어보인다.


사랑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한다. 우스갯 소리같지만 사실 사랑이니 연애감정이니 하는 것도 뇌의 화학작용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이 감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하는건 분명한가 보다.


이렇게 이 영화 <le   chat 고양이>는 애정이 다 고갈된 노부부의 하루하루를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더이상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쥘리앙은 이따금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모텔에 가서 쉬는게 유일한 소일거리다. 하지만 아내인 끌레망스는 표현은 불퉁하게 해도 아직 남편에 대한 정이 남아있어 여러번 그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그때마다 무안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날, 쥘리앙은 아내를 대체할 고양이 한마리를 데려오고, 끌레망스는 자신에게 와야 하는 남편의 관심과 사랑, 배려가 온통 고양이에게 가는걸 견디지 못해 총으로 쏴죽인다.


그일로 가출한 쥘리앙은 여자친구에게 가서 지내지만, 그녀는 되레 끌레망스의  심장병을 언급하며 집으로 가라고 채근한다..


소설로 유명한 조르쥬 심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구슬프고 센티멘탈한 배경음악으로 한층 더 노부부의 건조하고 황폐하고 덧없는 동거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서로가 없으면 죽고 못살거 같던 젊은날 둘의 모습이 초반부에 잠깐씩 인서트되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역으로 강조하고 있다.




'우리에게 아이가 있었어면...'

'아이때문에 헤어지는 부부도 많아'라고 쥘리앙이 불퉁하게 말하는 대목에서 두 부부의 사랑이 다시  피어나길 기대하는건 불가능하게 여겨진다.

그만큼 이 영화는 찍는 이 없이 카메라만 돌려놓고 3박4일 노부부의 실생활을 그대로 담은듯한 놀라운 사실주의 미학을 드러낸다.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끌레망스를 사랑하고 있어요'라는 쥘리앙의 정부 넬리의  지적에

'여자들은 그저 사랑 사랑 온통 사랑타령이야!'라며 거칠게 받는 쥘리앙의 속내는 뭘까? 그는 정말로 아내에 대한 마음이나  설렘을 모두 포기한걸까?


중장비에 의해 집들이 하나 둘 헐려나가는 장면이 반복해서 보여짐으로써   죽음이   임박했음이  여러번   암시된다. 


'돌아왔지만 다시는 당신에게 말하지 않겠어'라는 쥘리앙.

자신의 애묘를 총으로 쏴죽인 아내를 그렇게 코너로 몰고 절망에 빠트린다.

그런 남편이지만 그가 자신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늘 그를 의식해서 행동하는 끌레망스에게 처연한 공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사랑의 속성이 '외사랑'이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처음엔 둘이 좋아 시작한 사랑이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엔 짝사랑으로 변질돼버리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를 풍미했던 두 명배우 장가뱅과 시몬 시뇨레는 현실 부부들처럼 실감나게 노년의 부부를 연기해냈고 그들이 무심히 뿜어대는 시가연기는 인생의 무상함을 나른하고 처연하게 보여주었다.


아내가 죽고 집도 헐릴 위기에 몰린 남편 쥘리앙의 마지막 선택은 무엇일까,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얻을수 있을것이다.




타이틀 le chat, 프랑스 이탈리아, 1971

러닝타임 86분

감독 피에르 그니에 드페르

주연 장가뱅, 시몬 시뇨레


all pics from Le Chat (1971) 720p Eng Subs Jean Gabin Simone Signoret (ok.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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