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한편 틀었다. 쿠땡 와우외원 무료체험기간이라 쿠땡 플레이를 무료시청이 가능해서, 뭘 볼까 하다가 the reader 를 골랐는데 서사가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
물론, 영화에세이를 쓰려고 보는 건데, 이유야 어떻든, 주말 아침 영화로 시작한게 나쁘진 않은거 같다. 호사라면 호사일까..
대학시절, 남친이 동아리 mt를 간 사이, 그 친구의 친구와 하루 이틀의 살짝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라고 해봐야 시내 3류 영화관에서 동시상영 영화들을 본건데, 그때 밖은 지금만큼은 아니어도 무척 더웠고 영화관 안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있어 시베리아 바캉스를 즐겼다. 그 친구도 일어과 여친이 잠시 부재한 터라 쓸쓸이들끼리 의기투합한거였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와서 아마도 맥주를 마셨을테고, 그렇게 우린 하루 이틀 정도의 가벼운 일탈끝에 원래의 남친 , 여친에게로 돌아갔다. 쓰다보니 이걸 소설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다니면서도 손한번 잡지 않고 맥주에 취해도 서로 꼿꼿하게 앉아 속으로는 같은 생각, 아, 이게 바람이구나, 하는...
그 친구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어느집 가장이 돼서 아이 둘쯤 출가를 시킨, 시키려는 그런 상황일테고 나는 파주 한구석에 찌그러져 팔리지도 않는 책을 부지런히 만드는 책장사가 돼있다.
이젠 지나가다 본다 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 뜨거웠던 여름날의 아련한 일탈은 드문드문 떠오른다. 그때 보았던 동시상영 영화들...그 퀘퀘한 영화관 냄새도 마다 않고 2,3편을 연달아 보았던 나의 스무살, 그의 스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