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순영 Aug 11. 2024

영화 <the reader>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마치 전쟁속에 꽃핀 로맨스같은 헛헛하고 아름다운 잔향을 남긴다.

1975년생인 케이트 윈슬렛이 60 훌쩍 넘어선 노년을 연기하는걸 보면서, 세월이 흐르긴 흘렀구나 싶었다.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해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나치즘에 부역한 혐의로 나중에 재판을 받게 되는 한나슈미츠라는 여자와 그녀와 한때 연인관계였던 마이클의 이야기다. 그녀는 다른 부역자들과 달리 무기징역에 처해지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문맹임을 밝히기 싫어서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문맹을 소재로 다룬 걸작은 스웨덴 영화 <under the sun>도 있다. 후자가 지극히 북유럽적 감성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이 <the reader>는 헐리웃 특유의 감상과 휴머니즘이 진하게 묻어나는, 그러나 속되지 않고 지극히 현실논리를 따른 그런 영화다.


만약 내가 사랑한, 내지는 사랑하는 상대가 범죄자라면? 이라는 가정을 해본다면 그래도 나의 사랑은 지속될까,하는 의문을 남기는데 나로선 그게 쉽지가 않을거 같다. 최소한 겉으로라도 관계를 끝맺음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영화속 마이클도 그런 선택을 하는듯 하지만 그의 가슴깊이 맺힌 그녀와의 아름답고 짧았던 사랑의 순간들에 대한 사그라들지 않는 그리움과 향수로 인해 그녀에게 다시 책을 읽은 테잎을 건네준다.

<the reader>google

한나의 비극적인 면은 단순히 문맹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나치에 부역한것이 왜 잘못된건지, 왜 지탄받고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녀의 진정한 문제는 문맹을 넘어선 전반적  '무지' 라 할수 있는데 그것은 영화에서 보여지지 않은 '소외된채 살아온'그녀의 내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에 반해 마이클은 어엿한 중산층의 아들로 태어나 결국은 법대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고 그에 걸맞는 배우자를 만나 딸까지 낳고 산다. 비록 이혼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의미에서 '계급간의 갈등' '사회의  불평등'을 은연중에 내포하기도 한다. 즉 다른 계급사이의 영원한 사랑이나 결혼은 불가함을 암시하는 것이다..


어느 영화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저마다의 인물들이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방식에 흥미가 있다'고 했던.

이 영화 <the reader>에서 한나 슈미츠는 문맹이라는 자신의 약점을 덮기 위해 결국 하지도  않은 짓을 자기가 했다고 인정하는 우를 범한다. 하지만 마이클은  그런 그녀의 비밀, 즉 그녀가 '그짓'을 하지 않았음을, 할수 없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글자를 모르므로.


영화의 전반은 둘의 첫만남과 뜨거웠던 사랑의 시간이 펼쳐지고 후반은 재판과정, 그에 따른 한나의 수감생활, 그리고 그렇게 달라진 한나를 먼발치에서 보면서 '책읽은 테잎'을 보내는 마이클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사실, 그들이 나눈 사랑의 시간은 극히 짧다면 짧았다. 그럼에도 그들이 '평생가는 연인'처럼 느껴지는 것은 서로가 운명처럼 강하게 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클은  사회 상류층의 신분으로  더이상 예전과 같은 '불장난'을 한나와는 할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녀에게로 향하는 마음은 끊어지질 않는다.


한나가 죄책감마저 느끼지 못할정도의 문맹, 무지상태임을 깨닫고 재판을 참관하던 당시 법대생이었던 마이클이 밖에 나와 눈물을 줄줄 흘리는 장면은 2시간여의 러닝타임중 가장 극적이고 성공한 씬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사랑'이란 부르는것의 한계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를 곰곰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라 할 수 있다.

사족처럼 뒤에 붙는 몇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정도의 불필요한 친절쯤은 어느 영화에나 있는 법이어서 넘어가줄만 하다.

사랑은 흔히들 나이도 국경도 이데올로기도 초월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의 사랑은 이 모든것에서 머뭇거리고 좌절하고 포기하곤 한다. 그래서 사랑의 속성은 늘 미덥지 못한 미망에 가까운 것일지 모른다.

수감된 한나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테잎만 보내는 마이클에게서 그런 '몸사림'이 여실히 보여진다. 그럼에도 한나는 그 테잎의 주인이 마이클임을 금세 알아차린다. 그녀에게 어쩌면 평생 단하나의 사랑은 마이클이었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the reader>google

사랑의 기억은 실연의 기억만큼이나 끈질기게 우리를 따라붙는다. 그로인해 우리는 슬퍼하면서 동시에 웃고 불행해하면서 동시에 행복하다....

어찌보면, 역사에  배반당한   개인을 주로  쓴 이탈리아 조르조 바싸니의 작품과 결이 비슷하다 할수 있다.








참고영화


타이틀 the reader, 미국 ,독일,  2009

감독  스티븐 달드리

주연 케이트 윈슬렛, 다비드 크로스

러닝타임 123분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in octob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