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의 자학성>

내가 파괴당하는 기쁨...

by 박순영

유독 내주위엔 '밑지는 결혼'을 했다는 친구나 지인들이 많다. 좀더 골랐어야 하는데, 좀더 튕겨도 됐는데, 이런 논린데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서로에게 100% 적합한 짝들인데 왜 그런 말들을 하는지.


그런데 조금 우스운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치고 연애시절 그 상대에게 목을 매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지인 하나는 연애시절 남자가 이별을 고하자 사이비교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여기저기 전도를 하러 다니고 야단을 떨었다.



그래놓고 결혼이란걸 한 다음엔 자신들이 아깝다는 논리다. 글쎄, 결혼에 대해 그닥 할말이 없는 나는, 특히 그들의 연애 단계부터를 꿰뚫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그들의 푸념을 이해할수가 없다.


그들이 '밑지는 결혼'을 했다 하니 그 맥락에서 내 생각을 조금 피력한다면 우리안엔 이해불가의 감정세포가 있어 조금은 저열하고 불량스럽고 나를 함부로 대하는 그런 이른바 '나쁜남자 '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그에게 끌릴때는 저열,불량기는 데카당으로, 함부로 나를 대하는 부분은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선한 위장술 정도로 여겨진다. 해서, '나쁜사랑'에 곧잘 휘말리고 그러다 파국을 맞고 그러고 나서, 그런 상대를 못잊어 괴로워하고 기다리고 가끔은 그 '나쁜 이'가 돌아와 결혼으로 맺어지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그렇다면 사랑은 자학적 성격을 띄는가,라는 어찌보면 지극히 단순한 물음에 직면하게 되는데, 학대받기 위해 고통받기 위해 연애를 하고 결혼하는 이는 아마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그들의 ,어쩌면 내 안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둡고 음울하고 거친것에 끌리는 피학적 요소가 분명 존재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학대받고 착취당하고 버림받아도 그걸 오랜시간 '사랑'이라 부르며 안타까워 하는걸지도....


아무튼 우리가 사랑이라 믿는 그 추상명사에는 이렇듯 복잡다단한 다층적 심리가 내재돼있는거 같다.그래서 역으로 내게 공을 들이고 나를 인정해주고 서포트 해주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지도 모른다.






어떤게 '진짜 사랑'인지 나는 여태 모르지만 '믿음 소망 사랑'중 제 1은 사랑이라는 말은 최소한 성립하지 않는거 같다. 자기를 괴롭히고 고통속으로 몰아가는 걸 어찌 사랑이라 부르며 추구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우린 그런 가해를 하는 상대를 저 높은곳에 올려놓고 그를 추구하고 그의 마력에 기꺼이 휘둘린다. 이것이 메조키즘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 연애가 혹시 이런부류는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거 같다.


그래서 흔히들 지나간 사랑을 돌아볼때 '그 대상'보다는 '그 대상을 사랑하던 나'를 더 사랑하는거라고 말하는건지 모른다. 즉 사랑은 둘이 손잡고 '혼자추는 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난 훈향의 계절을 맞아 꿈같은 연애를 꿈꿔 본다. 이번만은 부디 나를 앞으로 죽죽 나아가게 하는, 나를 막지 않는 그런 사랑을 , 내 삶에 긍정적 동력이 되는 그런 사랑을 만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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