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금단의 벽을 넘어 >

그날이 오면 비로소 자유로워질것이다

by 박순영

난 그닥 욕심이 없는 타입인지 타인을 부러워하는게 별로 없다. 물론 어느정도의 재물은 갖고싶지만 그것도 생활할 정도의 딱 그만큼이지 분에 넘치게 많은 뭐 그런건 아니다.


그런데 잘 자는 사람은 무척이나 부럽다. 내가 수면장애, 즉 불면증을 앓은 지는 꽤 오래 됐고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한것도 불면증때문이었다.

어쩌다 밤에 깜빡 약을 거르고 잔 날은 나의 수면은 참으로 비참해지는데 온갖 악몽에시달리고 자다깨다를 반복한다.심할땐 호흡곤란까지 온다. 그러면 비로소 약을 안 먹은걸 알게 된다.



정신과 약이 허가받은 마약임은 이미 주지된 사실이고 해서 의사 입장에서는 안할말로 계속 병원에 오게 하는 '그들의 영업방식'이라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솔직히 나도 어느정도는 동의한다. 일단 한두번 먹고나면 뇌가 새로이 세팅이 돼서 그것을 계속 찾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뉴스에서 마약을 했다는 사람들의 기사를 보다보면 일말의 동정심도 드는데, 그걸 끊을 경우 오는 금단증상을 견디기 어렵다는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엇엔가 중독된다는건 안정감과 금단증상을 동반한다. 늘 나를 챙겨주는 친구나 연인이 있을때야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까불고 든든하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거나 등을 돌리고 나면 외로움과 처절한 열패감이라는 금단증상에 시달린다. 자신들에 적응하게 해놓았으면 끝까지 곁을 지켜줘야 하는게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관계는 마약과 다를바 없다. 그들은 계속 자기들을 찾게 만들고 의지하게 만들고나서는 가장 무책임한 방법으로 떠나버린다. 그러고 나면 나는 모든게 내 탓인것만 같다.





그래서라도 난 가급적이면 새로이 관계맺기 따위는 하지 않는 편이고 이미 흘러간 시간을 되돌리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냉정한 편이다. 설령 다시 그 관계를 이어간다 한들 심하게 스크래치가 이미 나있어 언제든 또 깨질수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의례적이고 공허한 관계로 전락하고 만다.


마약도 의지가 있으면 끊는다. 모질고 참혹한 과정이 따르긴 하지만. 그런 뒤 마약없는 갱생의 삶을 사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나역시 언젠가는 약 없이 잠드는 그날을 위해 노력하려한다. 당장이야 어렵지만 조금씩이라도 약을 줄여갈 것이다. 평생을 약에 의지할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약먹고 6시간자는 것과 약없이 1시간 자는것중 고르라면 난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우유 한잔 덥혀 먹으리라. 그날을 위해 나는 지금 약에 의존해서까지 생을 지탱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질것이다. 죽음에 임박해 모든것에서 홀가분해지고 자유러워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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