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북전쟁이 3년째 계속되는 어느날 '신학교'라는 간판을 내건 남부 어느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니콜 키드먼의 깔끔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여자만 모여사는 곳에 부상당한 북군 하나가 들어오면서 여인들의 가슴은 나이와 지위를 불문하고 들썩이게 되는데..처음엔 적군임에도 자신을 구해준 여자들에게 감사하는 존, 그러나 서서히 여자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면서 여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암투와 갈등이 벌어진다.
여기까지만 보면, 존이 여자들을 차례로 유혹해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거 같지만 그 '좋은시간'은 오래 가지 못한다. 결국 자승자박격으로 그는 다리에 더 큰 부상을 입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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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사랑앞에 굳건한 우정따위는 없다고 한다. 존의 등장이전에는 무료해도 평화롭고 우애롭던 여성들의 세계가 그의 존재로 얼그러지고 어떻게든 그를 먼저 차지하기 위한 각축장으로 변한다. 존의 입장에서는 그저 골라잡으면 되는 조금은 코믹한 상황이 전개되는데...
우리안의 은밀한 욕망을 여성감독답게 세세하게 그러면서도 대담하고 솔직하게 그려낸 부분을 높이 산다.
심지어는 다리를 잃고 절규하는 존에게 섹스하자고 달려드는 에드위나...그만큼 본능이란 염치없고 분별없는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존의 이런 행로는 다름아닌 자멸에의 욕망, 프로이트식으로 하면 '죽음에의 본능'이라 할수도 있다.
쾌락의 절정은 죽음이라는 그 이론이 여지없이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대저택과 정원이라는 단출한 세트안에서 벌어지는 허기진 욕정과 참을수 없는 본능의 폭발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닫힌 공간에서의 욕구'는 '열린 공간'에서보다 한층 더 농축될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엔 파멸이 뒤따른다는 비극적인 삶의 도식이 적확히 드러나있어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라는 인상을 깊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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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욕구, 욕정을 어디까지 제어할수 있는가?
그만큼 자신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수 있는가?
그런 자신은 과연 믿을만한 존재인가?
이런 굵직한 질문을 감독 소피아는 매우 정치하게 던지고 있다.
이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본능과 욕망을 사회규범과 체면, 신앙등의 위선적 도구로 숨기고 있는 우리 모두에 대한 조롱이자 폭로라고 할수도 있다. 그리고 원제인 beguile은 다의적으로 해석되는데, '홀리다'기만하다'가 다 들어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에 끌린다는것은 '기만당한다'는 것은 혹시 아닐까 하는 섬찟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