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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Sep 18. 2024

영화 <싱글라이더>

-태즈매니아에서 생긴일

호주라는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는 나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 아내에게 배신당한 한남자의 슬픈 고백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어린아들과 아내를 호주로 보내고 기러기 생활을 하던 재훈은 부실채권 사건으로 직장을 잃고 가족이 그리워 호주로 날아간다. 하미잔 아내에게는 크리스라는 유부남 애인이 있고 재훈의 자리는 가족 곁 어디에도 없다.그는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갈곳없이 헤매다 워홀을 온 어린 지나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불법 환불을 하러 갔다 고초를 겪는다...

재훈은 계속 아내곁을 맴돌다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받기도 하면서 그의 고독과 배신감은 깊어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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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극 사실주의로 흐르던 영화는 후반들어 갑자기 초현실로 빠진다. 지나가 실은 이미 불법업자들에게 살해당한 여자라는 등...


나로서는 이 부분이 좀 아쉬우면서도 감독의 기발한 발상이었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이렇게 해서 식상할수 있는 이야기에 색다른 힘을 불어넣었다고 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좀더 재훈의 내면으로 들어간다면, 세상 모든걸 다 가진거 같아도, 그런 순간이 있다 해도 그 좋은 시간 역시 지나가고 만다는 것이고, 그럴때 인간은 되돌아갈 곳이 없는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것이다.

아이러니 한것은 바람난 아내가 그래도 재훈을 불러들여 호주에서 영구체류를 하려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도 사랑이란 복잡하고 오묘하며 뜬금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아내를 포기하고 함께 태즈매니아로 가자고 했던 지나가 실제 인물이 아닌 혼령이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의 재훈은 과연 어떤 길을 택했을까, 아들과 아내에게 돌아갔을까는 영화를 직접 보며 확인하는것이 좋겠다.

태즈매니아는 영화초반 아들이 보내온 동영상속의 아름다운 해변이고 이것은 재훈에게 지상 유일한 안식처로 느껴진다. 그래서 아내 아닌 지나하고라도 가고 싶어한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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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기르던 개 치치도 죽고 지나도 죽고...

영화전반이 너무 느와르적으로 흘러 보는 동안 마음이 무겁긴 했지만 90여분의 그리 길지 않은 상업영화로서는 하기 힘든 실험적 요소를 넣은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조금만 더 다듬어지면 꽤 괄목할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낼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호주라는 대자연의 물보라가 몰고왔다 몰고간 어긋난 부부의 이야기이자 '양해받으려 했던 불륜'이었지만 끝내는 죽음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비극적 소품이라 하겠다.



참고영화

타이틀 <싱글라이더> 한국, 2017

감독 이주영

주연 이병헌, 공효진

러닝타임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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