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이브한 종말>
이제 미련이나 회한은 없다
언제부턴가 난 책상앞에 앉는걸 싫어해서 침대에 걸터 앉거나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글을 쓴다. 지금도 침대위에 쿠션을 대놓고 거기에 기대어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런 내가 어떻게 그 오랜기간 학교를 다니며 책상물림을 했는지 모를일이다.
예전 엄마가 살아계실때는 내 침실이었던 2평 반정도의 작은 방이 이제는 내 서재로 바뀌었건만, 난 웬만해서는 그곳에 들어가지를 앉는다. 한참 가구에 몰두해있을 무렵 사들인 c브랜드 책상이 떡하니 놓여있음에도 그위에 잡동사니만 올려놓았을뿐 난 그방 대신 이렇게 침대 위나 소파에 걸터앉아 책을본다.
아마도 딱딱하고 격식있는게 싫어져서일게다. 그렇다고 전에 내가 정형화된 삶을 살았다는 는건 아니다. 그때도 난 언제나 삶과 어긋났고 '노말'이라는 스펙트럼에서 빗겨나 있었다. 그러던게 나이가 들면서 더욱 심해져 이젠 조금만 격식이니 예절을 지켜야 할 자리면 아예 피하든가 한다.
점점 세상이 요구하는 코드가 피곤해지고 나만의 틀에 칩거하게 된다. 아마도 '종점'에 다 왔다는 시그널이지 싶기도 하고. 사랑의 언어도 관계의 의미도 모두 퇴색하고 더이상 그런 것들에 기대를 걸지도 않는다.
나이브하고 캐주얼한게 좋다. 그래서 내 옷장엔 정장이 거의 없다. 그래도 가야할 경조사는 있기에 한두벌 정도가 마지못해 걸려있다.
물론 나도 관계에 의지하고 사랑에 환상을 가진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과 종로뒷골목을 몰려다니며 술을 퍼마시기도, 좋아하는 상대를 기다리며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 모든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물론 나같은 패배자의 고백일수도 있다.
이젠 지는 해가 아름답고 떠나간 이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단지 아련한 향수 nostalgia가 남을 뿐이다. 생은 아마 이런가보다, 이러다 가는건가 보다,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때 책상만 10개 넘게 가져본적도 있다. 그중엔 엔틱뷰로형 책상도 있었고 브랜드 고급책상도 꽤나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하나만 남았다. 그나마 방치된채...
그래도 저녀셕을 버리는 일은 없으리라. 이쁜 엔틱에 열중하던 그때의 나를 말해주기에. 약간의 알리바이는 남겨두고싶다. 저들이 나를 생의 이탈범으로 지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회환은 회한대로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나는 남은 생을 가장 나이브하고 캐주얼하게 보낼것이다. 그러다 역시 가장 나이브한 방법으로 내 생을 마감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