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언어가 열어주는 세상>
세상살이의 묘는 한가지 쯤의 놀이를 갖는것.
내 어릴적 꿈은 골방에 틀어박혀 글쓰는 작가였고 조금 커서는 외국어를 잘해 해외를 내집처럼 드나드는 것이었다. 해서, 대학을 지원할때도 두군데를 했는데 하나는 영어, 하나는 문창과였다. 나때는 이런식의 동시지원이 가능할때였고 나는 결국 외대 면접을 선택했다.
이점,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피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아버지야말로 영어에 능통해서 통역장교, 학교선생까지했고 이런 외국어취향은 조카들에게까지 이어져 그중 한녀석은 아예 해외살이까지 하고 있으니 유전자의 힘은 무섭다는걸 새삼 느낀다.
나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영어번역과 초등학교에서 기초 회화를 꽤 오래 강의하다가 거주지를 옮기면서 그만두었다. 지금은 딱히 외국어로 돈을 벌고 있거나 하진 않지만 외국어를 손에서 놓은적은 한번도 없다.
난 서구살이를 해보고 싶고 그중 파리와 뉴욕, 그리고 2중 언어권인 퀘벡에서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 아예 영구체류를 할수도 있다는게 내 생각인데, 그렇게 외국어와 문학을 접목한 문학 에이전트나 문학 기획 정도가 내게 어울리는 일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써주는 데가 없으면 1인 기획이라도 하든가...
난 현실이 갑갑하고 우울해지면 하던 일을 멈추고 영어나 불어책을 본다. 예전에 친구와 남미여행을 계획하면서 잠시 들여다본 스페인어도 가끔 들여다 본다. 이 세 언어중 으뜸은 역시 영어라고 생각한다. 모든 언어는 평등한건데 유독 이리 표현하는건 영어의 심플함에 기인한다. 영어가 문법이나 단어, 문장에서 지금처럼 심플해지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와 세계 각지에서 현지화된 영어들의 영향일것이다. 안할말로 '마구 구르다 보니' 다져지고 세련돼지고 심플해졌다는게 내 생각이고 내 학위논문역시 이런 점을 부각시켰다.
한때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세계어가 영어에서 중국어로 넘어갈 거라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나는 그점에서 네거티브했다. 중국어를 전혀 배우지 않았으니 성급한 판단은 유보한다 해도 그렇게 말하기, 쓰기 ,배우기 난해해서야 어떻게 세계어가 될것인가,라는게 내 생각이다. 이점 중국어 전문가분들의 넓은 양해를 구한다.
영어의 심플함을 미덕으로 여기듯이 나또한 그렇게 심플하게 살고싶고 그러고자 노력한다. 약속을 했으면 지키려 하고 아니라고 생각되면 안하려고 자제한다. 책임질 관계는 책임지려 하고 상대가 무책임하게 나오면 도려낸다. 냉정하다 할수 있지만 그게 내 생존방식이다. 그러니 감정소모와 체력고갈을 전제로 하는 글쓰기와는 어쩌면 상반된 취향을 가진 셈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난 속을 알수 없고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게 선명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집의 베일을 벗지 않으면 그 관계에 넌더리가 난다. 정작 해야 할말을 하지 않고 애매한 미소로 얼버무린다거나 분명 사과sorry해야 할때 애먼 말로 넘어가려 하면 상대에게 질리고 만다. 그렇다고 내가 내 속을 다 오픈하는건 아니다 ,' 네 속을 다 보여주지 말라. 그들은 관심조차 없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어느정도 가까워지면 대체로 오픈하는 편이다.
우리가 친해지는건 나의 약점 weakness을 오픈하면서 시작되는건데 철갑을 두르고 꼼짝도 않는 상대와 무얼 도모하고 약속한단 말인가. 그런 사이에서 어떻게 우정이며 우애가 싹튼다는건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그럼에도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걸 보면 삶은 역시 불가지론적 인식으로 대하는게 맞는거 같다.
다시 외국어 이야기로 돌아가서, 언어천재는 타고 난다는게 내 지론이다. 특히 구어부분에서 뛰어난건 노력만으로는 안되는 것이다. 듣고 말하기만큼 고통스러운것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을 즐기지 않는가. 고로 무엇이든 임자는 따로 있다는게 내 생각인데, 내가 그 임자가 아님을 알면서도 '좋아하고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평생을 외국어에 매여있다. 그렇다고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진 않는다.
글이라는 어쩌면 조금은 질펀할수 있는 늪에 빠져 허우적댈때 영어한마디의 심플함,불어 한마디의 아름다움이 주는 위안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비록 내 통장잔고는 빈약해도 마음만은 밀리어네어인 것이다.
여하튼 사는데 한가지 놀이play쯤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