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부스럼 만들지 않기
치과에 가면 의사들이 으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치실과 치간칫솔을 사용하라는건데 대답은 그러마 하고 안하기가 일쑤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런 얘기를 들어서 그래 한번 해보자,치아 건강에 좋다는 데야 하고는 치실과 치간칫솔을 사왔다. 그리고 하루 한두번씩 그걸로 치간사이를 긁어내는데 어쩌다 치간이 아닌 잇몸을 후벼파서 졸지에 흡혈귀가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낸 꼴이라고나 할까. 정기적으로 치과에 가면 알아서들 스케일링을 해주니 치아건강은 그들에게 맡기면 될걸, 하는 후회도 밀려온다.
아무리 생채기를 남기고 간 인연이어도 계속 생각이 나면 굳이 그를 , 그녀를 지우려 할 필요가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뼈아픈 교훈을 주었기에 내가 배운것도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다. 그런걸 떠나서라도 애증이 혼재하는 상황이라면 조금은 '애'쪽에 비중을 두고싶은게 사실이다.
재회라는게 늘 좋은것만은 아니어서 때로는 실망하고 그에 대한 , 그녀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도 한다. 그동안 좀 달라졌으려니 하고 만나면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다'라는 옛말이 실감날정도로 여전히 치졸하고 비열하고 쪼잔한 일이 다반사다. 나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런 대상일수 있다 물론. 그래서 가능하면 옛 인연은 묻고 가는 편인데 근래 와서는 인연의 자생력을 믿어보자,하는 그런 마음도 생겨난다.
운명적으로 네것이라면 언젠가는 네것이 꼭 된다,라는 말이 있다. 순리대로 놔두라는 말로 들린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게 인생이라고 한다면 헤어짐도, 그후의 재회도 순리로 받아들여야 하리라. 지금은 헤어져서 괴롭고 그립다고 선톡을 날리거나 전화를 걸거나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존감을 낯추지 않아도,구걸하지 않아도 돌아올 인연은 돌아오고 맺어질 사람이면 맺어질 것이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실연에 취약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반대일 거 같은데 그렇지가 않았다. 굳이 남녀문제에만 해당하는 말은 물론 아니고 인간사 전반에 해당한다고 본다. 굳이 리액션이 필요없는 순간이라면 차라리 침묵하는게 낫고 침묵속에서 비로소 사유는 깊이를 더하고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도 가능하다 생각한다.
요시노 히로시는 <생명은>이라는 시에서 '세상은 느슨하게 연결돼있다'고 했다. 타이트하지 않다고 그 관계가 가치없는게 아니듯 감정도 마찬가진거 같다. 좀 느슨해도, 느슨해졌어도, 그에게, 그녀에게 가는 마음의 질량에 큰 변화가 없다면 차분히 기다리는 지혜도 필요하다.
기다림만큼 힘든것도 없지만 고요속 기다림 뒤에 오는 산뜻한 재회만큼 청량한 것도 없지 않은가. 괜한 부스럼 만들지 말고 삶의 우선순위를 '나'에 두고 살다보면 나머지는 순리대로 풀려나갈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