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스마일 플리즈>

인간에겐 어둡고 음울한것만 있는것이 아님을...

by 박순영

가끔 자고 나면 베개에 피가 묻어있을때가 있다. 제법 그 양이 될때도 있고 해서 예전엔 피부과 가서 이야기를 했더니 지루성 피부염일 경우도 베개와 두피가 마찰해서 그럴수 있다고 해서 검사받았지만 두피는 괜찮다고했다. 그렇다면 자는 동안 위장에서 피라도 나오는건가,하고 겁을 먹은 적이 있다.


그러다 어느날 손으로 머리를 더듬어보니 내 손톱끝에 피가 묻어났다. 순간 난 안도했다. 적어도 속에서 토해진 피는 아닌게 분명하므로.


해서 이번엔 다른 피부과를 갔다.. 그리고는 피가 묻어난 정수리 부분을 보여줬더니 약을 처방해줬다. 그냥 바르는 물약이었고 별거 아니라는 의사말에 일단 안심했고 이후로 하루에 한두번씩 발랐다. 그렇게 관심을 기울여선지 한동안 피가 묻어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와서 재발해서 그 부위가 가렵고 자다가 무심결에 긁어대면 아침엔 손톱에 벌겋게 피가 묻어있다. 내병은 고치는 의사가 없나보다,하고 이젠 포기했다. 죽을병이 아니라면 그냥 가져가자, 괜한 돈 쓰지 말자,고 .



이런 염증형태의 질병은 대부분이 스트레스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정신과 의사는 점점 불어나는 내 몸을 보면서, '집에 체중기 있나?" 하고 물었다. 해서 , 있었는데 그거보면 계속 재보게 돼서 스트레스 받아서 버렸어요, 했더니 대뜸 어느정도의 스트레스는 살아가는데 긍정적 긴장감을 형성해서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당장 체중기부터 사라고 했다. 물론 의사말 안듣는데 일가견 있는 나는 여태 체중기 없이 자유롭게 먹어대고 뒹굴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치매 조차 난 엄마의 경우를 통해 스트레스가 상당부분 작용했음을 안다. 못나고 게으른 막둥이 (나)와 살면서 온갖 구박을 받고 노년기에까지 돈을 벌어야 했으니 오죽하랴. 그렇다고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지도 못하셨고. 그러니 그게 노년기에 치매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그점 정말 죄송하고 그렇게 엄마를 보낸 후 '나홀로족'이 돼서 감내해야 했던 온갖 종류의 찔러보기를 당하면서 이게 혼자사는 여자의 현실임을 비로소 실감했다. 엄마라는 성벽이 얼마나 두터웠는지를...



친구 하나가 내일 신도시 a로 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쪽으로 집을 옮길 생각인걸 아는터라 자기가 차로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크지 않은 공간이라 택시나 버스로도 충분히 돌아볼수 있지만 그곳 지리에 훤한 친구가 안내해주면 얼마나 편할까, 해서 일단은 생각해보겠노라 했다. 마무리 짓지 못한 원고가 걸려서인데 그거야 데드라인이 없는거니 좀 미룬들 어떠랴 하는 마음이 밀려온다. 만약 내일 a시에 간다면 나는 내 스트레스를 모두 호수에 던져버리고 올 생각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스트레스가 없거나 그렇다고 여겨질때 더 불안해하는 거 같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찜찜한것처럼. 조금 있음 밀려들 거대한 스트레스의 파도를 미리 걱정하면서 사는듯하다. 미래를 논하기 전에 지금 당장의 이 순간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기라는 말이 있다. 그러다보면 다가올 미래가 가져다줄 스트레스에 대한 걱정은 최소화되리라.




해서 나는 오늘도 먹고싶은걸 자유로이 먹고 최대한 뒹굴뒹굴 굴러다닐 생각이다. 그게 인류평화를 해치는 일도 아니고 위법한 일도 아닌데. 그런 이유로 의사가 아무리 협박을 해도 체중계를 다시 사는 일은 없을것이다. 뭐할러 스트레스를 자초하는가. 어리석은 짓이다. 적당한 긴장감? 난 그런거 필요없다. 적당한,이란 말처럼 애매한 말도 없으리라... 10년전만 해도 앞에 4가 붙는 체중에 마광수의 표현을 빌면 '병약미'의 총화였달까, 그랬다. 그런데 살이 붙고 나니 성격도 좀 느긋해지고 그렇다. 난 그냥 이걸 즐기려 한다.


마쳐야 하는 원고는 다음주 정도로 미루고 오늘은 어제부터 들어간 무레요코의 소설집이나 완독할 생각이다. 고양이와 어울려 사는 사람들의 이야긴데 그 나이브하고 해맑음이 묘시모토 바나나를 떠올리게 하지만 칼라가 조금 다르다. 그 차이점을 음미하면서 읽는 즐거움이 또 있을듯 하다. 아무튼 오늘은 순하고 맑은 이야기가 주는 따스함에 젖어보고 싶다. 인간에겐 어둡고 음울한 것만 있는것이 아니므로...늘 성마르고 바짝 긴장해서 네거티브하게만 어찌 사는가.


이왕이면 웃고 사는게 낫다. 그런의미에서 나는 헝가리그룹 뉴튼 패밀리의 <스마일 어게인>을 즐겨 듣는다. 비록 서글픈 내용이지만..


(87) Newton Family - Smile again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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