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종일 등려군의 노래 <월량대표아적심>을 흥얼거렸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니 그저 유투브 화면 하단이 번역을 본게 다지만 가사도 소박하고 선율은 지극히 동양적인게 그래서 더더욱 자극적으로 와닿았다.
며칠전 브런치 리뷰를 올리고 난뒤 그에 알맞는 노래가 없을까,하는 생각끝에 이 노래가 떠올랐고 제목이...제목이..하다, 월량아적심, 하고 처봤더니 자동완성으로 '월량대표아적심'으로 떴다.
이 노래를 본조비 버전으로 듣는건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서양인의 귀에 지극히 동양적 선율의 이노래가 어떻게 들렸을까,내 나름으로 이리저리 상상해보았다 .본조비야 중국에서 돈좀 벌어보겠다는의도였겠지만.
그러다 남사친이 지나는 길이라며 들러도 돼? 하고 전화를 해와 그를 만나 천변을 걷고 들어오면서 오랜만에 회 한접시, 딸기 한팩을 사와 온갖 수다를 다 떨면서 먹어치웠다.그러다 등려군 이야기로 화제는 옮겨갔고, 그 사람, 암살당했지 아마? 하며 남사친은 그 당시를 떠올리는 얼굴이 되었다. 엥? 죽은 사람이야? 했더니, 응. 일찍 죽었지. 윗선에 찍혀서 죽었을거야 아마. 반정부시위도 하고 뭐...
난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충격이 좀 가라앉자 난 본조비 버전을 들려주었다. 이런게 있었어? 하면서도 남사친은 제법 그럴싸하게 가사를 따라불렀다.
등려군이 그렇게 갔구나, 하고는 남사친이 간 뒤 포탈에서 등려군을 쳐봤다. 태국에서 휴가를 보내다 지병인 천식발작을 일으켜 죽었고 그 당시 동거하던 프랑스남자가 마지막을 지켰다는. 정치적 죽음이라더니? 하고는 검색을 마무리하려다 하나만 더 보자 하고는 어느 블로그를 클릭했다. 거기에 비로소 등려군의 죽음을 둘러싼 이런저런 의혹이 있다는 글이 쓰여있었다.
천식이 지병이었다면 언제라도 발작을 일으킬수 있으니 그에 대비한 의약품을 챙겨갔을것일텐데..라는 생각에 이르자 나 역시 그 죽음이 석연치 않았다 . 아무튼 등려군은 42세라는 나이게 세상을 등졌다.. 꿈결같은 노래 <월량대표아적심>을 남기고.
이런 연유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저 곡은 중화권의 대표적 사랑노래 love song으로 인정받는듯 하다.
노래의 주인은 그렇게 갔지만 그녀가 남긴 노래는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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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이 간 뒤 나는 뒤늦은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샤워를 하고 소파에 누웠다. 그러자 기분좋은 피곤함이 물려왔다. 이만하면 괜찮은 하루였어...
브런치 세편, 남사친과의 천변걷기, 광어회와 딸기,게다가 언젠가 꾸어준 돈의 일부를 돌려받기까지...이만하면 괜찮은 날이었어,하는데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다 .왜지?
등려군
'난 사람많은 덴 질색이야.. a시에 얻을거면 논밭 보이고 한강도 보이는 데로 해"... 떠난 그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내가 같이 살자고 한것도 아닌데 그는'함께 하는 삶'을 분명 언급했고 언제 그랬냐는듯 내곁을 떠났다.
그가 있었더라면 완벽했을 하루가 그의 부재로, 그 단하나의 부재로, 미완으로 남았다. 사랑의 부재만큼 피곤한것도 없다. 등려군은 갔어도 <월량대표아적심>을 남겼다. 그는 가면서 남긴게 없다. 있다면 회한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