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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Apr 05. 2023

비비안 고닉 에세이 <짝없는 여자와 도시>리뷰

사랑의 단념대신 우정의 예감으로 가득한 도시 뉴욕.


오늘 마침 오랜만에 비가 오니 마음까지 꿉꿉하고 권태로워진다. 이럴 때 생각나는게 뉴욕이나 파리같은 세계적 예술과 문화의 도시는 이런날 어떨까,하는 생각인데 그런 뉴욕을 평생 관찰하고 에세이나 기타장르로 담아낸 작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비비언 고닉 vivian gornick 1935-이다.           

그녀는 인간이라면 피해갈수 없는 평생에 걸친 모녀간의 애증을 핍진하게 써내려간 <사나운애착 fierce attachments >으로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짝없는 여자와 도시 the odd woman and the city>는 2015년 미국 현지 발간으로 뉴욕이라는 메가폴리스안의 우울과 지성, 환락과 환멸, 단절된 사랑과 서서히 움트는 우정들에 관해 , 그리고 뉴욕을 휩쓴 다양한 예술사조와 작가들, 문화들에 관해 촘촘히 ,자성적으로 적어내려갔다.  


우선 제목은 조지기싱의 <짝없는 여자들>에서 가져왔다고 적고 있다.

“...내게 직접 말을 걸어온건 조지 기싱의 <짝없는 여자들>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스스로를 ’짝없는 ‘여자들중 한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프랑스 대혁명이래 페미니스트들은 반백년 주기로 ’신‘여성이니 ’자유로운‘여성이니 ’해방된 ‘여성이니 하는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기싱만이 제대로 알아차렸다. 우리는 ’우리는 짝없는 여자들‘이었다”          



vivian gornick 1935-


그렇게 고닉은  두권의 에세이 , 즉 <사나운애착>과 <짝없는 여자와 도시>로 명성을 얻게 되는데, 이 두권을 통해 뉴욕에서 이민 가정의 여성으로 나고 자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날카로우면서도 위트를 드러내는 자전적 글쓰기를 시도해 이른바 ’회고록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하였다.          

그녀는  삶의 방식을 자유로이 교차시키면서 뉴욕을 사랑, 우정, 관계, 상실, 갈등, 실패, 불안정 등의 총체적 공간으로 그려내는데, 요약하면 사랑의 단념과 우정의 예감이다. 그렇다면 거대시 뉴욕에서 그녀를 가장 농밀하게 자극한 것은 '관계의 딜레마'였는지 모른다.



중년기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사나운 애착> 이후 30년만에 노년의 고닉은 더이상 뉴욕 (지상)엔 없는 '자기 짝을 찾겠다는 열망'을 뒤로하고 익명의 군중속에 흡수되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한다.



이 에세에는 단순한 도시감성을 노래한것이 아닌 뉴욕을 휩쓴 내로라하는 예술사조와 작가들에 대한 언급으로도 넘쳐나는데 프로이드, 모더니즘, 사회주의 리얼리즘 등에 대한 깊은 식견도 잘 드러난다.

      

“...프로이트가 환자들을 대하며 가장 치유하기 어렵다고 여긴것도 치유되길 거부하는 마음이었다...유럽 모더니즘의 영향이 20세기 들어 대서양을 건너왔을 때 처음그 마침표를 찍은곳은 그리니치 빌리지였다...바야흐로 경험이 전부였고,모두가 그걸 원했다.거침없는 성적 모험, 과감한 대화, 기괴한 옷차림같은...결혼도 돈벌이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그리니치 빌리지는 사방이 온통 아나키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성적 급진주의 분위기로 가득했다....1920년대가 저물 무렵, 한세대의 예술가 전체가 문득 그들의 작업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정적 모더니즘은 하룻밤 사이에 사회적 리얼리즘에 자리를 내준 터...”               


비비언 고닉 <짝없는 여자와 도시>글 항아리, 2023



그러나 비단 이런 진술?은 뉴욕이라는 특정 도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라는 개체가 평생을 통해 겪게 되는 변화와 굴곡이기도 할것이다. 해서 그녀는 ’아이디얼화된 타자의 부재‘로 고통받고 외로워하는 군중에 대한 연민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건 다름아닌 ’계급‘이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토로하기도 한다.

 

이런 모순과 자기분열에 시달리면서도 사랑과 우정, 그밖의 포지티브한 인간의, 생의 가치에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뉴요커들,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그녀의 태생적 끌림    평을  관통한다.


 “ 어느 봄날의 토요일밤, 열린 창밖으로 빠르게 밀려가는 강물과 불을 밝힌채 줄지어 떠있는 배들과  강건너 반짝이는  높은 건물들이 보이고 문밖 복도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이 건물엔 뉴욕의 감각이 배어있다...도시는 마치 한폭의 추상화같다...압도적인 고독으로 가득찬다”


이처럼 그녀의 펜끝에서 뉴욕은 수시로 변주되는 난삽한 교향곡이자 자아분열의 표상이며 그모든 것을 초월하는 애증과 연민의 대상이라 할수 있다.  우리또한 서울에 대한 감성이 크게 다르진 않을것이라 생각되고 굳이 뉴욕, 서울로 한정할게 아니라 삶이라는 초월적  공간간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고 본다.       


 

<사나운 애착>


작가 비비언 고닉은 에세이스트외에 급진적 페미니스트로도 명성이 자자하고 칼럼 ,비평, 회고록등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냈고 그녀의 비평방식은' 버지니아 울프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자기서사의 고백이라는 현대적 욕구'를 가미한 특이한 형태를 창출했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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