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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Mar 27. 2023

소설 <아이없는 부부와 고양이>리뷰

멍멍, 지금까지 들어본적 없는 큰 목소리로 짖는 타로...

     

2021 통계에 따르면 우리 인구 1/4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개가 70%, 고양이가 30% 정도라한다. 이런 현상에 부응하듯 ‘펫테크’산업도 부각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자동급식기, 자동 급수기, 반려동물을 위한 자동 홈캠, 반려동물 전용장난감이 특히 애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점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간의 수가 늘어날까, 하는게 당연 궁금해지고 그 답은 어렵지 않을것이다. 인간관계의 소원함과 단절, 그에 따르는 허망함과 외로움에 기인하리라.

사회가 점점 문명화, 기계화돼가면서 사람사이의 관계나 접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대신 기계가 인간의 많은 부분을 장악해가면서 인간의 존재양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홀로’라는 의식이 늘어났다. 즉 인간에게선 기대하기 힘든 무조건적인 사랑와 관심, 반응을 반려동물들은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무레요코 <아이없는 부부와 고양이>rhk코리아, 2022


이제 ‘동물권’ 운운하는 시대까지 도래했으니 우리 반려동물에 대한 다양하고 전문화된 인폼과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무레 요코(1954~)의   소설 <아이없는 부부와 고양이>는  총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고 ‘각기 다른 모양으로 살아가는 다섯 가구에 개나 고양이가 찾아오면서’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아이없는 부부에겐 찾아온 길고양이, 황혼이후 남자에게 찾아온 개...등.. 그러나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기쁨과 안정감만 주는건 아니어서 그들이 수명이 다해 이승을 떠나가는 과정, 그 후에 남겨진 이들이 느끼는 슬픔과 공허함도 과장되지 않고 차분하게 그려진다.


즉 ‘나를 이만큼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 내가 이렇게 까지 사랑할수 있구나’하는 ‘사랑의 최대치’를 우리는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서 발견한다는 아이러니가 어색하지 않게 고독의 시대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되고 있다.  

   

개를 키우던 할머니가 시설에 입소하게 돼서 개와 이별하는 장면이다. 할머니를 태운 시설 차를 있는 힘껏 쫗아가는 개의 애절한 모습이다.

“할머니의 시설 입소일이 다가왔다...그때 갑자기 타로가 오사무의  품에서 뛰어내려 엄청난 속도로 차를 쫓아가려 했다....멍멍, 지금까지 들어본적 없는 큰 목소리로 짖는 타로...”     


그리고 할머니의 개를 데려다 키우는 부부에게 타인들은 ‘분명 할머니로부터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매사에 돈과 물질을 조건으로 내거는 인간의 타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할머니가 돈을 얼마쯤 찔러줬을거야,라는 소리를 하지 뭐예요...만약 돈을 받았더라도 그 사람들과 무슨 상관인지...”          


그리고는 인간끼리의 모습이 아닌  인간과 동물이 함께 하는 모습에 오히려 안정감과 평화를 느끼는 우리들의 심리가 시니컬하게 잘 드러난다.

“도대체 나는 뭘하는 걸까. 사토코는 자신이 조금 한심했다. 무방비하게 배를 드러낸 개와 고양이. 아이들에게 팔베개를 해준 연하 남편. 남편의 벌린 입에  사과를 넣어주는 자신. ..‘좀 이상하네’ ...”      

    

이처럼 인간의 이성이나 판단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부분에서 우리는 반려동물로부터 위안과 평화라는 선물을 받고 있다. 그만큼 인간과인간,이라는 구도는 상처와 배반을 전제로 하는 본질적으로 네거티브하고 충돌하는 관계임이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이 글을 읽으며, 역시 청아하게 글을 써내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떠올렸다. 둘다 순하고 해맑지만, 바나나의 은 인간사의 험하고 이기적인 면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스윗한 결론에 이른다면 무레요코의 글은 그런 부분이 최소화되는 대신 나이가, 연륜이 묻어나는 깊음,이 느껴진다. 사실 요코는 우리나이로 70이기도 하고.

더 이상 인간사의 원통하고 더럽고 허망스런 부분을 들추어낼 필요없이 그것을 이미 '지나온 이'의 연륜과 그나름의 철학이 묻어나는 글이라 하겠다.

    

무레요코 1954-

작가 요코는 광고회사와 편집일, 칼럼을 쓰다 지인의 권유로 에세이를 쓰기 시작해 우리나라에서도 베셀이 됐던 <카모메식당>을 비롯해 수많은 에세이와 소설을 써낸 중견작가다. 사물을 보는 적확한 시선과 그것과 개인사의 적절한결합, 미니멀하고 심플함에 귀결되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라 할수 있다.

소설 〈연꽃 빌라〉 시리즈,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시리즈 외에 에세이 〈이걸로 살아요〉, 〈이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구깃구깃 육체 백과〉, 〈작은 행복 때때로 불행〉 등이 있고 최근작으로   <오늘은 이렇게 보냈습니다>,<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이걸로 살아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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