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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Mar 23. 2023

마광수 소설 <청춘>리뷰

자기윤리에 충실했던 작가

빠르게 쉽게 읽히면서도 마광수 (1951~2017)특유의 진정 야한 여자에 대한 갈증이 충분히 녹아있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광수가 지금 시대를 살았더라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가 강의도중  <즐거운 사라>의 외설논란으로  구속된 일화는  유명하고 그것을두고  미국 일본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지식인, 문학계 일부에선  정부의  그런  조작된 문예탄압에 일조하는 논평을 내고 그가 교권까지 추락시킨 장본인이라고 그를  비난했다. 



21세기 지금 그가 <즐거운 사라>나< 권태>를 발표했어도 똑같은 처벌을 받았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물론 지금이야 구속이나 면직까지야 가지 않겠지만 보수언론의 매도성 기사나 편향된 여론몰이는 여전했으리라는게 내 생각이다.

 즉,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인간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안의 엄숙주의 , 배타주의는 그토록 고질적인 것이다.그러니 자살로 귀결된 그의 마지막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장편 <청춘>은 대학시절 만난 다미라는 여대생과의 짧지만 강렬했고 그리고는 권태로 막을 내렸던 연애에 대한 회고형식의 글이며 중간중간 그에 걸맞는 시들이 삽입돼있다.

마치 중학생이 글짓기시간에 쓴듯 또박또박 써내려간 그의 글속에는 연애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시 예술의 메카였던 명동을 비롯한 청춘의 아이콘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가 끈질기게 작품으로 기성문단과 학계, 그리고 우리안의 고질적 엄숙주의에 반기를 들고 저항할수 있었던그가 반골이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소설속 그의 모친의 말이다.

"그건 네가 귀골인 탓이야...발에 땀이 없는걸 보면 넌 역시 귀골이야...사람은 확실히 날때부터 천골과 귀골이 따로 있는 모양이야"



그러면서 당시 프랑스 68운동 이후 서구에서 일고 있는 프리섹스와 히피즘에 영향받은 우리 청춘들의 세태를 묘사하는가 하면 다미와의 연애 끝에 몰려든 권태를 이렇게 묘사한다.

"문득 내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어린시절의 향수, 더불어 따라오는 빨리 흘러가는 시간의 아쉬움, 아니 청춘이 지나가는 것의 두려움, 자궁속으로 되돌아가고픈 간절한 열망, 자궁 속에 갇혀 불편하게 속박된 상태로 있었던 태아시절에의 그리움과 향수"



이런식으로 그는 지적이고 야한 여자 다미와 이별에 접어든다.

"그래서 휘늘어진 그녀의 길고 힌 손가락들과 1센티미터 정도로 기른 조붓하고 날씬한 손톱들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손가락 끝에서 삐져나와 앙증맞게 뻗어나간, 매니큐어 칠을 안한 희고 깔끔한 손톱은...병약미의 미학"



그는 청춘기를 벗어난다는것, 즉 나이든다는것은 '곧 육체보다 정신이, 아니 감각보다 이성이 예민해간다는것'이라고 언급하는데, 다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이런 육체와 감각이 앞서나가는 청춘기의 종말로 풀이 될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우린 '어른이 되어가는것'이라 하겠고 그 어른의 사회는 복종과 순응을 전제로 한다. 그에 저항하고 반기를 든다는 것은 죽음을 부를뿐임을 다미의 자살에서 이미 예견하고 있다고 볼수도 있다.



마광수 <청춘>책읽는 귀족, 2013


마광수를 외설교수로 낙인찍은 그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그의 시 한편 소설 한권을 제대로 읽었는지, 그의 철학에세이, 평론집을 한권이라도 정독했는지. 언젠가 읽었던 그의 에세이집에서 묻어나던 음울한 세련미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시대를 앞서가고 문학과 교육의 교훈주의, 엄숙주의를 비판하고 그것에 저항한게 왜 죄가 될까?


그가 불과 66세에 갔으니 살아있다면 최소 10년 이상 더 집필생활을 할수 있었으리라. 그의 자살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크게 두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하나는 공허함. 지적이고 야한여자를 수용하지 않는 폐쇄되고 위선적  사회에  대한  반감과  면직처분 이력이 있다고 정퇴후에 명예교수 자리 하나 얻지 못해 시달려야했던 생활고,  이렇게 두가지.



지식인은 태생부터가 저항하는 resistant 존재다 . 마광수는 자기의 윤리에 충실했던 것뿐인데 권력의 눈밖에 나서 그 모진 수모를 당했다. 연세대 국문과를 수석 입학,수석졸업한 수재라고 한다.그런 인재를 사지로 내몰아 스스로 목을 매게 한 위선의 나라에 내가 살고 있다는게  개탄스럽다. 언제 우리는 제2의 마광수를 만날수 있을지, 그저 아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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