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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Mar 21. 2023

소설 <앙리픽 미스터리>리뷰

포앙키노스의 발칙한 관음증

이 ‘브런치 ’공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문학, 책쓰기, 글쓰기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뜻이리라. 요즘 와서 책 읽기에 나태해진 내가 어쩌다 한권이라도 완독을 하고나면 밀린 숙제를 해낸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그런 까닭은 아닐까.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그렇다면 문학은 무엇인가,라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한마디로 요악되지 않는 질문이 떠오르는데, 문학이니 예술이니에 대해 처음 호의적인 반응과 규정을 내린 이는 ‘아리스토텔레스’라고 할수 있다. 그의 ‘카타르시스 이론’은 여전히 깊은 설득력을 갖는다. 대리욕구충족, 대리배설등이 그뒤를 이으리라.


그리고 또하나 은밀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관음증voyeurism’ 일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는 이것이 허락되지 않고 그럼에도 실행한다면 법적 처벌이 가해질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 영역)에서는 충분히 '엿보기'가 가능하고 또한 권장되기도 한다. 우린 어둡고 음습한것에 본능적으로 끌리지 않는가.    

이런  인간 욕구의 복잡한 다층적 측면이 반영된 것이 글쓰기, 그 글을 읽 행위가 아닐까 싶다. 이정도로

조악하나마 '문학' 내지는 '문학적 행위'의 정의를 내려본다.     


    

 <앙리픽 미스터리  le mystere Henri pick>은 문학,  즉 책에 대한 인간심리를 서스펜스기법을 통해 조금은 코믹하게 풀어낸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나름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숨어있는 그런 책이다.          

프랑스의 한 도서관장은 ‘출판사들로부터 거절당한 원고들을 받는’ 기발한 프로젝트를 고안해 그것들을 책으로 낸다. 이 기획이 실현되고 10년만에 한 권의 걸출한 책이 발간되고 그것의 진짜 작가가 누구고 그것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 지를 그려냈다.

이야기의 핵심은 위에서 말한것처럼 글을 쓴다는 행위에 대한 원초적 동기와 작가가 되기까지 감내해야 하는 무수한 (출판사들의)거절의 시간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고 출간되었을 때의 기쁨과감동, 그 이면의 복잡한 셈법과 독자가 열광하는 포인트에 대한 것들이다.




다비드 포앙키노스 <앙리픽 미스터리> 달콤한 책 ,2017


에필로그에 반전이 숨어있는만큼  조금은 느긋한 독서를 요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다고 난해하거나 필요이상의 철학적 함의같은게 묻어있어 난독하게 되는 그런책은 아니다.     

쉽고 간결하게 빠르게 경쾌하게 진행되는 ‘프랑스식 코미디’한편을 보는 느낌이랄까.그런 기분에 젖게 한다. 책 자체보다는 작가가 누구이며 그는 어떤 상황에서 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하는 문학외적 요인 scandal에 더 집중하고 열광하는 독자와 문단의 세테를 그나름 시니컬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걸작’반열까지는 아니라 해도 가볍게 읽고 깊은 사유가 가능한 그런 책의 범주에 속한다.

      

문학의 위기, 책의 위기라고  우리 시대를 말하지만 ‘브런치’공간만 봐도 인간은 자기 내면을 토로하거나 고백하지 않고는 살아갈수 없는 존재임이 드러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끄적이는데 최소한의 애정과 관심,욕구가 있다면 시간 날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을듯 하다.


작가인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소설가면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언젠가 올린 영화 오드리 토투  주연의<시작은키스 la decatesse >의 공동감독이기도 하다. 이렇게 문학과 영화를 동시에 하는 또다른 이로 닐조던,에릭  로메르 등이 떠오르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아무래도 문학의 영향을 받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한 서사에 인간의 ‘관음적 요소’를 코믹하고 냉소적으로 그려낸다.


david foenkinos 1974-

포앙키노스는 대학시절 문학과 영화를 공부했고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건 2004년 출간된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이고 2014년 르노도상 외에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프랑스예술’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 냉소와 조롱이라는 프리즘을 투과시켜 우리시대를 솎아내는 재주가 있는 작가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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